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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의 첫걸음은 자금계획부터"

[초보기자의 '좌충우돌' 실전 경매②] "내 집 마련 나도 할 수 있다고?"

“독립하겠습니다.”

본 기자의 아버지는 남자고등학교 학생부장 선생님이다. 그가 학교 복도를 거닐땐 학생들이 비켜서며 홍해의 기적이 일어난다. 또 인상파에 속하는 기자와 남동생 등 아들 둘을 관리하고 있다. 매우 남성적이며 보수적인 분이다.

이에 ‘독립’은 장남(기자)에겐 요원한 일이었다. 이 한마디를 내뱉고 별이 왔다갔다. 본 기자 나이 서른. 이제는 날아오는 목침의 각도도 계산할 법하다. 하지만 원하는 바가 있었기에 맞았다.

“서울. 아파트. 사기. 전엔. 안돼!”

누구나 그러하듯 기자도 독립을 꿈꾼다. 차도 안샀다. 여자친구도 만들지 않았다(?). 집을 사기 위해서다. 경기 침체로 집값이 싸졌다고들 한다. 하지만 기자가 10년간 꼬박 돈만 모아도 독립을 위한 집장만은 요원하다.

“그래, 경매가 기회다.”

일단 대법원 경매법정 온라인 사이트(www.courtauction.go.kr)를 열었다. 물건을 검색하기 위해서다. 이 사이트에선 경매물건 내역과 감정평가서, 물건명세서, 등기부등본 등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사이트 매 페이지마다 나오는 ‘법원홈페이지에서 서비스하는 정보만으로 참여한 입찰과 관련해 발생하는 문제에 법원은 책임지지 않습니다’라는 문장이 눈에 거슬렸다.

기본적인 정보만 확인할 수 있으니 그 외의 정보는 다른 통로를 통해 얻으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에 경매 정보지를 펼쳤다. 뭔가 다르지 않을까 하는 궁금함에서다. 실제로 정보지에는 건축물대장, 토지이용계획확인원 등 해당 물건에 대한 부동산 공적 자료를 제공했다. 또 각종 인터넷 카페 등에도 경매 정보가 가득했다. 여기에 경매 정보 사이트에는 매물을 직접 방문한 뒷 이야기까지 나와 있었다.

문제는 대한민국 평균 이하 경매 지식을 가진 기자의 해석능력에 있었다. 입찰, 낙찰, 권리분석, 매각, 저당, 가압류, 유치권, 대항력 등 모르는 말 투성이었다.

이에 지지옥션 강은 팀장에게 자문을 구했다.

“경매에 참가하시겠다구요? 자금은 얼마나 되시는데요?”

경매 용어 공부보다 자금 계획 수립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이에 자금 계획부터 수립키로 했다. 3년간 직장생활하며 벌어둔 현금 3000만원과 아버지께서 차를 사라며 내준 2000만원이 있었다. 여기에 반쪽 난 펀드와 한 번도 오른적이 없는 주식 등을 현금으로 바꾸면 500만원 정도가 나왔다. 나머지는 대출을 받기로 했다. 이에 낙찰가는 2억원까지 쓸 생각이었다.

강은 팀장은 “일반 주택담보대출과는 달리 경매는 경락잔금대출을 받는다”며 “투지기역에서 해제되지 않은 강남 소재 아파트를 제외하곤 매각금액의 60~70%가량은 무난히 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요즘처럼 어려울 때는 경매 물건의 종류에 따라 제약이 따른다. 특히 유치권, 법정지상권, 예고등기 등 권리상 하자가 있거나 낙찰후 분쟁이 예상되는 물건에 대해서는 대출이 불가능하다. 또 대출이자도 높은 편이다. 이에 아파트의 경우 60~7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으나 50% 정도를 대출받는다고 생각하는게 합리적이라는게 강 팀장의 설명이다.

이에 주거래은행(1금융권)인 A은행에 전화를 걸었다. 1금융권 금리가 6~6.5%인 반면 2금융권은 9~12%가 적용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1금융권의 경우 모든 지점에서 경락대출을 취급하는 것이 아니기에 3번 이상 전화해야했다. 또 대출한도도 너무 작았다. 대출한도가 KB일반시세가의 60%로 서울지역의 경우 소액보증금(방 하나당 2000만원)까지 빼야했다. 여기에 강남 3구 아파트의 경우 대출한도는 40%까지 줄어든다.

이에 울며겨자먹기로 2금융권을 이용할 수 밖에 없었다. 많게는 1억4000만원까지 대출을 받을 생각이기 때문이다.

그럼 2억원으로 서울에 위치한 아파트에 들어갈 수 있을까?

일단 강 팀장의 답변은 긍정적이었다. 물건과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집을 얻는데는 문제가 없다는 게 그의 답변이다. 또 선택에 따라 유망지역도 충분히 노릴 수 있겠다며 강 팀장은 야릇한 미소를 지었다.

“그럼 이제부터 경매 물건을 둘러볼까요?”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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