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준호기자의 '좌충우돌' 실전 경매①] 요즘 경매장은
“경매! 인생 최대의 승부가 펼쳐진다.”
최근 직접 가본 서울 남부지법 경매법정은 경매 입찰로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했다. 낙찰된 자는 세상을 다 가진 듯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다. 반면 떨어진 자는 고개를 숙인 채 쓸쓸히 퇴장했다. 남녀노소 누구를 가릴 것 없이 지략만 있다면 원하는 집을 손에 쥘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
$pos="L";$title="";$txt="20일 남부지법에 몰린 인파들. ";$size="300,224,0";$no="2009031611271149954_1.jpg";@include $libDir . "/image_check.php";?>싸다! 간편하다! 믿을 수 있다!
삼박자가 딱 들어맞는 부동산 경매시장에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경기 침체가 약이 됐다. 펀드는 반토막이 된지 오래다. 파란색으로 물든 HTS를 쳐다보면 고혈압도 저혈압으로 가라앉는다. 집값도 바닥을 못 찾고 헤매고 있다. 이에 경매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연일 늘어나고 있다.
“경기 침체로 경매에 관심을 갖는 게 당연하다. 경매 매물 상담건도 늘고 있다. 경매 전문가들의 참여는 물론 나들이 겸 입찰을 해보는 초보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강은 지지옥션 팀장은 현 경매시장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이날도 경매에 입찰하려는 인파가 남부지검에 모였다.
경기도 안양시에 살고 있는 김시내(40)씨는 두달전 처음 법정을 찾은 경매 초보다. 친구 한명이 경매를 통해 6개월 만에 2억원의 차익을 남겼다는 말에 경매에 눈을 돌렸다.
일단 낙찰되지 안되더라도 입찰은 해보겠다는 심산이었다. 가격도 괜찮고 물건도 좋았다. 양천구 목동 벽산미라지타워 주상복합아파트 703호(148.22㎡)로 감정가 10억원에 최저가 6억4000만원까지 떨어진 물건이었다. 시가는 9억~10억원이었다. 떨리는 손으로 입찰표를 부여잡았다. 머리로 경쟁자들의 시선을 가린채 심혈을 기울여 입찰가격을 적었다.
그의 입찰가격은 6억8000만원. 다음으로 사건번호와 이름과 주소를 적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사건번호에서 실수를 범했다. 08-16032을 08-16031로 잘못 적은 것.
운이 좋았던 것일까? 다행히 김씨가 적은 입찰표는 무효 처리됐다. 해당 번호에 매물이 없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으나 이 한숨은 곧 탄식의 한숨으로 바뀌었다. 자신이 입찰가보다 100만원 더 적게 낸 입찰자가 매물을 가져가게 된 것.
강은 팀장은 “경매현장에서 이처럼 웃지 못할 해프닝이 종종 벌어진다”며 “경매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없어 이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아파트의 시가는 8억5000만원이다. 만약 김씨가 낙찰받았다면 세금 제하고 최소 1억원의 차익을 남길 수 있었다. 눈 돌아갈 만하다. 한 순간의 실수로 1억원을 날린 셈이다. 실제로 입주를 한다고 해도 최대 10억원짜리 집을 7억원에 잡은 셈이니 이것도 남는 장사다.
강은 팀장은 “서류 준비, 현장 답사 등 매물에 대한 정보를 알아봐야하고 입찰 금액을 스스로 정해야 하기에 초보자들의 경매 참가는 어려움이 따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매에 대한 기본 지식만 갖추면 싼 값에 원하는 집을 살 수 있다”며 “투자자들보다 실수요자들이 입찰 금액을 많이 적어내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내 집 마련 수단으로 충분히 자리 잡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자도 구미가 슬슬 당겼다. 직장 생활 3년차. 자가용도 없고 여자친구도 없다. 그저 맹목적으로 돈을 모았다. 집을 사기 위해서다. 하지만 월급쟁이가 제 돈 주고 집을 산다는건 요원한 일이었다.
이에 경매에 뛰어들기로 했다. TV와 신문, 책 등 경매로 돈 벌었다는 사람은 왜이리 많은지 호기심도 발동했다. 문제는 ‘평균 이하의 경매 지식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춘추전국시대의 군웅할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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