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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 "은행의 3不 여전하다"

주물업체 A사는 최근 황당한 경험을 했다. 은행에 대출을 받으러갔더니 지점장이 대출을 자꾸 꺼렸다. 알고보니 정년퇴직을 앞둔 지점장이 대출을 잘못해 문제가 생겨 퇴직금을 받지 못할까 전전긍긍했기 때문이다. 은행 지점장은 퇴직을 해도 바로 퇴직금을 못찾아간다. 퇴직금을 1년이나 2년 보류시키고 대출에 문제가 생기면 아예 환수조치를 한다고 한다.

A사 관계자는 "정부가 아무리 면책특권을 주고 대출을 독려해도 지점장으로서는 보수적으로 대출할 수 밖에 없다"면서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정책자금의 원활한 집행은 요원한 일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플라스틱필름제조업체 B사는 외국에서 100% 수입에 의존하던 태양광부품을 개발해 놓고도 은행에서 담보해제를 거부당했다. 통화옵션파생상품 키코(KIKO)에 가입했다가 피해를 입은 이 회사는 20억원의 설비,운전자금을 대출받기로 약속받고 주거래은행을 바꾸기로 했다.

은행에 차입금을 지불하고 부동산 담보해제를 요구했으나 기존 주거래은행에서 키코에 가입했으니 담보물 내줄수 없다고 버틴 것. B사 대표는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태양광부품을 생산도 하지 못한 채 회사 문을 닫게 될까 불안하다"고 말했다.

정부와 금융권의'중소기업에 대한 총력지원' 공언(公言)이 중소기업과 일선 은행창구에서는 공언(空言)이 되고 있다는 중소기업의 불만이 늘고 있다. 은행권의 대출심사가 오히려 강화되고 불합리한 대출관행, 돈이 필요한 기업에 돈이 제대로 돌지 않는 돈맥경화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중소기업들은 입을 모아 "은행권의 3불(不)트렌드가 여전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3불은 부도덕한 행태, 불합리한 대출관행, 불충분한 유동성 공급을 의미한다.

'부도덕'과 관련,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지점장이 자기 실적을 위해 제발 3일간만 대출을 이용해 달라고 한다"면서 "돈이 필요없는 중소기업에는 써달라고 하고, 필요한 중소기업은 외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키코 피해기업에 소송 포기 등 부당한 압력도 지속되고 있다.

시중대출금리가 지속 인하되는 가운데 일부 은행은 중소기업에 대한 변동금리의 대출을 고정금리(연 9%)로 일방적으로 전환해 버렸다. 엔화 대출을 받은 곳에는 대출 만기연장에 대해 추가담보와 보증인을 요구했다. 리스크가 거의 없는 신용보증부 대출의 경우도 고금리를 부과하는 등 '불합리'한 대출관행이 여전했다.

또한 산업생산에 필요한 장비수입을 위해 외화대출을 신청해도 은행들은 외화가 부족하다며 대출을 거절하고 있다. 정책자금은 이미 신청이 폭주해 자금신청과 지급까지 두달이나 걸리는 등 '불충분'한 유동성 공급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11일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2월 259개 업체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응답업체 4곳 중 3곳(78%)는 자금사정이 어렵다고 답했다. 20인 미만(86.3%), 내수기업(79.6%), 지방기업(81.9%)이 더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응답업체의 72.6%는 금융기관의 대출심사가 강화됐다고 느꼈다. 실제로 응답업체의 38.5%는 금융기관에 대출신청을 했음에도 거절당했다고 답했다. 거절 이유로는 보증기관으로부터 보증서를 발급받지 못했기 때문(41.7%)이 가장 많았으며 재무구조 악화로 인한 신용등급하락(30.0%), 매출급감으로 인한 대출한도 축소(16.7%), 과도한 추가담보요구(6.7%) 등이 뒤를 이었다.

키코에 가입한 기업들은 키코 손실분이 재무제표에 반영돼 부채비율이 상승하면서 신용등급 하락과 은행의 금리인상, 정부 사업 참여의 각종 불이익 등 2차, 3차 피해를 입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자금난 완화를 위해 정부가 중소기업에 대한 신용보증한도를 확대하고 100% 전액 보증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직접대출 확대와 정책자금 금리인하, 은행에 대한 자금공급확대, 재무제표 위주의 신용평가방식개선 등도 정부의 정책과제로 제시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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