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눈의 현각 스님을 아십니까. 그는 하버드대 신학대학원에서 신학을 공부하다 휴학계를 내고 한국에 와 출가를 했습니다. 그의 이력을 접했을 때 저는 궁금했습니다. 신학을 공부하다 불교로 인생행로를 바꾼 그 계기가 무엇인지를.
그런데 그가 최근 쓴 <부처를 쏴라>를 읽고 궁금증이 풀렸습니다. 책에는 스승인 숭산 스님을 처음 만났을 때의 충격과 가르침에 대한 고마움이 절절이 녹아 있습니다.
“하버드대에서 숭산 스님의 어설픈 김치 영어로 법문을 듣고 충격을 받은 뒤 밤마다 울었죠. 세상에 이런 가르침이 존재한다는 게 너무너무 고마웠어요. 그 마음으로 혼자서 밤새 울었죠.” 그 뒤 그는 대학원에 1년 휴학계를 냈습니다. 그리고 1990년 11월 한국으로 건너와 계룡산 신원사에서 선(禪) 수행을 하다 출가를 결심했습니다.
지금의 현각 스님을 있게 한 건 숭산 스님과의 첫 만남이었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 그 초심(初心)이 신학도를 불자로 만든 것입니다. 초심을 생각하며 흘렸던 눈물이 현각 스님을 깨달음의 길로 인도한 것이지요.
그렇습니다. 초심은 인생의 에너지입니다. 첫 출근하던 날의 기억, 앞뒤 돌아보지 않고 무작정 달리던 신입사원 때의 추억, 임원이 되고 간부교육을 받던 첫 날의 뿌듯함, 첫 아들(딸)을 얻었을 때의 기쁨, 신앙을 처음 받아들였을 때의 감격…. 이런 모든 것들이 우리에게 힘을 불어 넣습니다.
심지어 첫사랑을 떠올려도 마음이 넓어지면서 힘이 납니다. 그 옛날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면 마음이 촉촉이 젖으면서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잘만 활용하면 첫사랑의 감정이 돈도 됩니다. 드라마 겨울연가가 첫사랑의 감정을 팔아 성공한 케이스입니다. 겨울 연가의 텍스트가 어떻게 완성된 콘텐츠로 발전했는지에 대한 학문적 분석을 시도한 책인 <겨울연가 - 콘텐츠와 콘텍스트 사이>에서 백승국 교수는 “드라마의 핵심 주제인 첫사랑이 한류를 만들고 순수한 첫사랑의 스토리텔링이 일본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역동적 서사장치로 작동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코칭 그룹 인코칭의 홍의숙 대표가 쓴 <초심>에서는 처음 시작할 때 첫 마음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처럼 질주하던 한 사장이 다 낡은 구두 한 켤레를 통해 ‘초심’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이 책은 위기 속에서 힘든 시간을 겪고 있을 사장들, 또 지금 정상에 올라섰다고 자부하는 리더들에게 첫 마음을 일깨우고 새롭게 달릴 수 있는 힘을 줍니다.
초심에는 열정, 비전, 도전이 있습니다. 지금처럼 어려울 때 꼭 필요한 게 초심입니다. 경영자도, 직장인도, 가장도, 아내도 우리 모두 초심으로 돌아갑시다. 특히 초심은 리더가 갖추어야 할 가장 큰 덕목입니다. 본인 스스로도 초심을 가져야하겠지만 부하직원들의 마음도 초심으로 촉촉이 적셔야 하기 때문입니다.
때마침 초심의 계절이 찾아왔습니다. 대자연이 초심으로 다시 하모니를 울리 듯 우리도 초심으로 이 어려운 시기를 이겨나갑시다. 초심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그러나 초심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게 됩니다. 지난 주말에 내린 봄비에 새록새록 만물이 소생하고 있습니다. 초심으로 희망을, 꿈을, 미래를 무럭무럭 자라게 하십시다.
이코노믹리뷰 강혁 편집국장 kh@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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