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결산법인인 증권사들이 증시 악화에 경기침체까지 겹쳐 내년도 사업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다. 주식거래가 감소하면서 주 수입원이 급감하고 있고 더이상 채권 평가이익 덕도 보기 어려운데다 펀드 등 파생상품 판매도 부진, '사면초가(四面楚歌)' 상황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증권사들은 2008회계년도 마지막 달을 맞아 2009회계년도(2009년 4월1일~2010년 3월31일) 사업계획 세우기에 분주하다. 그러나 마땅한 수익원을 찾지 못한 채 골머리를 싸매고 있는 실정. 게다가 비용을 대폭 삭감해야 하지만 이미 여러 방책을 동원한 상황이라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지난해 무난한 실적을 거둔 것으로 알려진 대우증권은 이달 중순 경 조직개편과 함께 내년도 사업계획을 확정할 방침이다. 그러나 시장 상황 악화에 따라 지난해 정도의 성적을 거두기도 어려워 고민이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부서별로 사업계획을 준비 중이다"라며 "그러나 각 부서별로 비용, 수익 등을 확정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도 내년도 사업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계속 검토에 검토를 거듭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이달 말까지는 사업계획을 확정할 예정이지만 (예산) 짜리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삼성증권은 예산은 확정했지만, 연중 수시로 조정될 수 있음을 내비쳤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광고예산 등 각종 비용을 삭감하는 등 계획은 잡았지만 경영 상황에 따라 계속 보완해나갈 예정"이라며 "내년은 확정된 형태라기 보다는 그때그때 유연하게 대처해 나가는 시기가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우리투자증권은 우리금융지주 차원에서의 예산 축소 방침에 따라 예산을 큰 폭 줄였다. 예년과 크게 변동된 부분은 없지만 전체적으로는 10~20% 정도 감축한 수치로 확정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의 가장 큰 고민이 '무엇으로 먹고 사느냐'다"라면서 "내년 회계년도는 증권업계에 있어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야 하는 힘든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상욱 기자 oo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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