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이석채 사장 '합병 위기감 강조'..공정위 '조건 없는 합병' 승인
KT의 '위기감' 조성에 공정거래위원회가 '화답'한 것일까?
공정거래위원회가 25일 KT-KTF 합병에 대해 '조건없는 승인'을 내린 것과 관련, KT 이석채 사장의 전략적 행보가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날 공정위의 KT-KTF 합병 심사 발표는 오후 5시. 그러나 이보다 앞선 오전 10시 KT 이석채 사장은 부랴부랴 기자간담회를 열어 KT-KTF 합병에 대한 시장의 위기감을 설파했다.
이석채 사장은 "외국 투자자들이 KT에 대한 정부규제를 불안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정부 규제가 KT합병 법인의 수익성에 긍정적일지, 부정적일지 불투명하다는데 많은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 사장의 이같은 언급은 외국인 주주들이 KT합병에 대해 필수설비 분리 같은 불확실한 규제에 대해 불신을 갖고 있으며, 이에 따라 외국자본이 한국에서 빠져나갈 수도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석채 사장은 또한 "해외기업설명회(IR)에서 KT 경영진의 경영 능력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불안을 해소했지만 정부 규제에 대한 불안은 외국 투자자들 사이에 여전히 남아 있다"고 밝혀, 정부 규제가 KT-KTF 합병에 장애가 되고 있음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 사장이 KT-KTF 합병과 관련해 강도 높은 위기감을 설파한 것은 방통위와 공정위를 겨냥한 전략적 행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결국 이날 공정위는 KT-KTF 합병 심사 결과를 발표, 이석채 사장의 위기론에 '화답'하는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업계 관계자는 "KT가 위기를 강조하고 나서자 공정위가 기다렸다는 듯이 합병을 승인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일련의 과정은 KT-KTF 합병과 관련해 공정한 시장 경쟁을 기대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정일 기자 jay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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