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쟁점법안 처리 엇박자에 이어 추가경정예산편성을 두고도 당내 의견이 쉽사리 결집되지 않고 있다.
당내 살림을 책임지는 안경률 사무총장은 24일 "30조원이 넘는 대규모 추경이 필요하다"고 치고 나가면서 추경을 둘러싼 논쟁에 본격적으로 불을 지폈다.
정부와 당내 정책위에서도 추경 규모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통도 아닌 안 사무총장의 발언은 23일 이명박 대통령의 "실물경제 위축과 대량 실업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 각국이 동시에 재정확대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것과 같은 선상이다.
안 사무총장이 치고 나가자 그동안 추경규모에 대해 입을 다물던 임태희 정책위의장도 기다렸다는 듯 거들고 나섰다.
임 정책위의장은 25일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추경 규모는 내용만 확실하고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는 프로그램이 준비되면 파격적인 규모가 필요하다는 것이 당의 입장이다,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 고 사실상 안 사무총장의 발언을 지지하고 나섰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추경안과 새해 예산안을 통과시킨 이한구 예결산위원장은 예산안이 통과된 이후 두 달밖에 안된 시점에서 벌어지는 추경 논의 인만큼, 타당한 이유를 대지 않는다면 추경안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현재 국가부채도 문제가 있는 상황인데, 재정의 건전성 확보를 위해서 어떻게 할 것인지 같이 제시돼야 한다는 것.
한나라당이 야당 시절 국가재정법을 바꿔 추경 편성요건을 엄격하게 제한한 후, 집권당이 되면서 말을 바꾼다는 지적도 여전한 부담이다.
최경환 수석정책조정위원장도 추경규모와 관련 "정부 일각에서 대규모의 추경을 생각하고 있지만 30~40조 원 정도로 할 여유는 없다"고 일축한 바 있다.
민주당의 반발도 두통거리다. 정세균 대표는 추경안 편성이 불거지자 "지난해 추경 통과 때도 속도전을 하다 큰 망신을 당했으면서, 회계년도 개시 한 달만에 추경을 얘기하는 무능함을 보인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한나라당으로선 지난해 추경안과 새해 예산안 통과 과정을 감안하면 민주당의 이같은 공세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경우에 따라선 4월 임시국회의 새로운 뇌관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2월 입법전쟁에서 최대 쟁점인 미디어 관련 법안을 무리해서 처리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부가 3월말 추경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인 가운데, 경제 살리기 차원에서 상대적으로 쟁점법안은 후순위일수밖에 없지 않냐는 전망이다.
양혁진 기자 yhj@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