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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남녘 꽃마중

시계아이콘02분 25초 소요

아직 찬 기운은 가시지 않았지만 한 낮의 볕은 온기를 품고 있습니다. 벌써 2월도 뒷모습을 보입니다. 보리가 심어진 들녘은 제법 푸른빛이 돕니다. 산과 들이 곧 새로운 색을 칠할 채비를 하고 있는 듯 합니다. 햇살이 따사로이 비치는 언덕배기 나무에선 물오르는 모습을 느낄 수 있습니다.


지난주 관심을 끄는 한 박람회가 있었습니다. 서울 한복판에서 열린 ‘내나라 여행박람회’입니다. 우리나라 관광에 대한 각종 정보가 한 자리에 모여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관광지 소개와 내 고향 모습, 각 고장의 테마관광지, 다양한 체험행사도 준비돼 있었습니다. 전국 지자체 등 280여곳에서 참가했고 9만7000여명이 다녀갔답니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박람회에서 봤던대로 우리나라는 볼 것이 많은 나라입니다. 5000여년 역사만큼이나 국토 곳곳에 많은 유물과 역사가 깃든 관광자원이 있고 4계절이 뚜렷해 산과 들은 철마다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며 최근에는 지자체마다 특색 있는 축제를 개최해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우리 국토는 우리에게 볼거리와 먹을거리, 기쁨과 안식과 추억과 미래 등 많은 것을 베풀어줍니다.


일찍이 최남선은 <심춘순례서>에서 “우리의 국토는 그대로 우리의 역사이며, 철학이며, 시이며, 정신입니다. 문학 아닌 채 가장 명료하고 정확하고 또 재미있는 기록입니다. 우리 마음의 그림자와 생활의 자취는 고스란히 똑똑히 이 국토 위에 박혀서 어떠한 풍우라도 마멸시키지 못한다는 것을 믿습니다. 나는 우리 역사의 한 작은 학도요, 우리 정신의 한 어설픈 탐구자로서 진실로 남다른 애모와 탄미와 함께 무한한 궁금스러움을 이 산하대지에 가지는 것입니다. 자갯돌 하나와 마른 나무 한 밑동도 말할 수 없는 감격과 흥미와 또 연상을 자아냅니다”라며 우리 산하를 예찬하고 ‘이르는 곳마다 꿀 같은 속삭임과 은근한 이야기와 느꺼운 하소연을 듣는다’고 강조했습니다.

얼마 전 지인의 초청으로 인천의 송도와 영종도를 다녀왔습니다. 인천은 세계도시축제를 앞두고 많은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연장 18㎞에 이르는 세계에서 6번째 긴 다리로 올 10월 개통을 앞두고 마지막 손질을 하고 있는 인천대교의 위용은 대단했습니다. 또 바다의 매립지로만 여겼던 송도의 변화상은 말 그대로 상전벽해였습니다. 60여 층이 넘는 건물들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고 100층에 이르는 상징 타워도 골격을 드러냈으며 자연과 조화돼 조성될 각종 위락시설과 공원 등도 한번쯤 찾아봐도 손색이 없는 우리 국토의 변화한 모습이었습니다. 이러한 모습을 박람회에서도 찾아볼 수 있어 반가웠습니다.


우리의 볼거리는 도시의 변화뿐이 아닙니다. 곧 있으면 우리나라는 남녘 산하부터 온갖 꽃들로 장식을 합니다. 남쪽 바다 해풍이 닿는 여수 일원엔 동백이 벌써 꽃봉오리를 터트리고 있으며 섬진강가에는 탐스러운 하얀 매화가 곧 수를 놓을 것입니다. 섬진강 줄기 따라 수백만 그루에서 일제히 만개된 매화는 마치 흰눈이 내려앉아 있듯 눈부시게 자태를 뽐낼 것입니다. 눈이 녹아 흐르는 섬진강과 어우러져 일대 장관을 이룹니다. 훈훈한 봄바람을 타고 흩어지는 매화 향은 시심을 자극하고 많은 시인들은 매화와 섬진강을 노래합니다.


조금 더 올라와 지리산 자락에선 봄의 전령사인 산수유를 만날 수 있습니다. 진달래나 개나리보다 우리 곁에 먼저 찾아오는, 추위가 채 가시기전에 피기 시작해 4월초까지 피어있는 산수유는 봄에는 우리에게 노란 꽃을 가을에는 빨간 열매를 줍니다. 노란 산수유꽃이 피면 산수유 마을은 동화속의 마을이 되고 마음의 고향이 됩니다. 우리는 낮은 돌담이 둘러쳐진 동네가 샛노랗게 물들여져 있는 모습을 영상을 통해 보며 마음은 곧바로 산수유마을로 달려갑니다. 직접 가지 못함을 매번 안타까워하며 언젠가는 한번 지리산 자락에서 황홀경에 빠질 날을 기대합니다.


또 노란 물이 빠질 때면 남녘은 벚꽃 천지가 됩니다. 하동포구 일대에서 섬진강을 휘어 감는 길을 따라 벚꽃이 자지러지게 피어납니다. 이쯤 되면 계절은 봄의 한가운데 가까이 다가갑니다. 동백과 매화, 산수유, 벚꽃으로 이어지는 자연의 파노라마에 우리는 넋을 잃고 우리 국토를, 자연의 조화를 찬미합니다. 자연에 스며들어 땅과 하늘과 하나 됨을 노래합니다.


이와 같은 도시의 변화와 자연은 우리에겐 귀중한 자산입니다. 이를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산업화 하는가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순수하게 조금은 가공을 통해 관광산업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관광산업은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지구촌 최대의 전략산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또 관광산업은 지역 경제의 활성화에도 큰 기여를 합니다. 우리처럼 전 국토가 관광단지로 손색이 없는 소중한 산하를 가진 나라에서는 우리 스스로도 우리 국토를 두루두루 살피며 예찬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자산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한 때는 너도나도 해외로 눈을 돌렸습니다. 최근 환율이 급등하면서 관광 수요가 국내로 선회한다고는 하나 경제 어려움으로 그마저 발길이 줄어들고 있답니다. 소비가 줄면 경기가 위축되고 생산도 저하되는 악순환이 이어집니다. 누구나 어려운 시기에 여행을 떠나자고 감히 제안할 수 없으나 조금은 여유를 내어 남녘으로부터 날아올 꽃소식을 마중하는 것은 어떨까요. 경제도 함께 피어날 것입니다.






강현직 논설실장 jigk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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