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7원↓·코스피 3%↑..외국인 매도세 약화
미국발 훈풍에 힘입어 금융시장에 봄 기운이 물씬 풍긴 하루였다. 미국 정부의 씨티은행 국유화 소식에 힘입어 환율이 하루만에 17원 내렸고, 이 소식에 코스피는 3% 급등해 1100선 회복을 가시권에 두고 있다. 다만 거래량과 거래대금이 급감한 것이 아쉬움이다.
환율이 열흘만에 안정세를 되찾으면서 채권시장 역시 사흘만에 반등세를 시현했다.
◆코스피 33.60p 올라 1099.55포인트 마감
23일 코스피 지수가 엿새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미국 정부가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 씨티 지분 40%를 국유화할 수 있다는 소식에 먼저 반응을 한 건 외환시장. 원·달러 환율이 1500원선 아래로 내려선 것이 증시에 훈풍으로 작용했다.
이날 지수는 지난주말 미국증시 하락 여파에 장중 1050선대까지 낮아지기도 했지만 장중 전해진 씨티의 국유화 소식에 힘입어 오름세로 돌아섰다. 외국인 매도세가 둔화된 가운데 연기금의 적극적인 매수세 유입도 상승에 일조했다.
개인이 155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97억원, 154억원을 순매도했다. 연기금이 293억원 순매수하며 닷새째 매수 우위를 이어갔다.
프로그램매매는 차익 1121억원, 비차익 273억원 등 전체적으로 1395억원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외국인은 선물시장에서 1139계약 매도우위를 보이며, 지난주에 이어 팔자세를 지속했다.
외국인은 운수장비, 통신, 보험 업종 중심 매수한 반면 기관은 전기전자, 전기가스, 화학 업종을 중심으로 매수 강도를 높였다.
이에 따라 의료정밀업종(-4.44%)를 제외한 전업종이 오름세를 기록했다. 전기가스업(6.35%), 운수장비(4.89%), 증권업(4.46%) 등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시가총액상위종목들도 모처럼 일제히 빨간불을 켜며, 지난주 악몽을 보상받는 모습이었다. 삼성전자가 4.74% 올랐고, 포스코 4.15%, 한국전력은 7.53% 급등했다. 현대중공업과 현대차, LG디스플레이 등도 5% 안팎의 오름세를 기록했다.
상한가 24종목을 비롯해 588종목이 오른반면 하한가 20개를 포함해 232종목이 내림세를 기록했다.
코스피의 거래량과 거래대금은 각각 3억8914만주, 3조7812억원으로 전주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 거래량은 2억주 가량 급감했다.
코스닥 지수 역시 전주말대비 8.43포인트(2.30%) 오른 375.57포인트로 마감, 하루만에 상승 전환했다.
◆원·달러 환율, 10거래일만에 내림세 17원 내린 1489.0원 마감
원ㆍ달러 환율이 지난 9일 이래 10거래일만에 하락세를 연출했다. 장중 1510원을 넘어서던 환율이 1400원대에 안착하면서 급한 불은 껐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환율은 전거래일보다 17.00원 내린 1489.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원ㆍ달러환율은 4원 상승한 1510.00원 개장해 한때 1512.90원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 정부가 씨티의 보통주 40%를 인수한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급격히 하락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여기에 당국의 개입성 물량이 시장을 압박하며 1400원대를 빠르게 회복했다.
지난 주말 치앙마이 이니셔티브 강화 등 환율 안정판을 마련하기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 역시 환율 안정에 일조한 느낌이다.
장중 1473.90원까지 떨어지던 원ㆍ달러환율은 하지만 1400원대 후반 저가매수에 대한 대기매물이 출회하면서 다시 반등했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여러 호재에도 불구하고 1480원대에서 반등한 모습은 여전히 시장에 불안심리가 팽배한 것을 반증한 것"이라며 "결국 최근 1500원대로의 급상승에 대한 자연스런 조정 양상을 보인 하루로 추세반전을 단언하긴 이른감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상승 추세가 완전히 꺾였다고 볼 수는 없지만 오늘 하루는 조정을 받고 있다"며 "역외쪽 매도세도 강하고 이로 인해 네고 물량과 은행권 숏플레이 등이 어우려져 조정 장세를 연출했다"고 분석했다.
◆국채선물 25틱 오른 111.47 마감
환율 안정에 힘입어 채권시장도 강세를 나타내면서 금융시장이 트리플 강세를 기록했다.
국채선물은 전주말대비 25틱 상승한 111.47에 마감했다. 국고 3년 금리는 8bp 하락한 3.84%, 5년물은 13bp 하락한 4.64%에 호가를 형성했다.
그동안 시장을 들썩였던 추경 규모, 한은 국고채 매입, 환율 상승 등의 이슈가 소강상태로 들거나 반대로 방향을 돌리면서 금리는 하락 마감했다. 종목과 만기에 따른 차별화는 지속됐다.
장단기간 수급사정이 다른 데다 같은 중장기 채권이라도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따라 각기 영향을 달리 받을 수밖에 없어 당분간 개별 종목마다 유통금리가 다르게 움직이는 현상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경탑 기자 hang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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