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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감자 '은행국유화'..무엇이 쟁점인가?

미국 정부가 씨티그룹의 지분을 40%까지 늘리기로 했다는 언론들의 보도로 시장에서는 미 상업은행의 국유화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씨티그룹 관계자의 말을 인용, 씨티 경영진은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450억달러 상당의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하는 방안을 놓고 협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FT는 더 나아가 씨티가 보통주 전환 규모를 750억달러까지 늘릴 것이며 공모를 통해 정부의 지분을 최대 50% 수준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씨티 국유화” 발원지는 = 지난 20일 갑작스럽게 불거진 국유화 논란으로 뉴욕 증시에서 씨티그룹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주가는 폭락세를 나타냈다.

상원 금융위원회 크리스토퍼 도드 위원장이 일부 부실 은행들에 대해 단기 국유화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피력, 미 정부로부터 총 900억달러를 지원받은 씨티그룹과 BOA를 염두에 둔 말로 해석돼 양사의 주가에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도드 의원에 앞서 벤 버냉키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입에서도 같은 의견이 나온 바 있어 월가에서는 은행 국유화 소문이 이미 파다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도드 위원장의 발언이 치명적으로 작용한 것이다.

케네스 루이스 BOA 최고경영자(CEO)는 “현 시점에서 BOA는 더 이상의 자금지원을 필요로 하지 않고 있으며 스스로의 힘으로 견뎌내기에 충분한 자본과 유동성, 수익창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믿는다”며 급수습에 나섰으나 똑같이 정부지원을 받은 씨티가 정부로부터 추가 지원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BOA 역시 이미 국유화라는 사정권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됐다.


◆ 국유화가 어때서 = ‘국유화’는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경우처럼 미 재무부가 자금을 들여 어려움에 처한 기업을 구제, 관리 하에 두는 경우에 주로 쓰는 말이다. 더불어 그 동안 미 정부가 씨티와 BOA에 한 것처럼 기업의 활동에 관여할 수 있도록 상당 부분의 지분을 보유하는 경우에도 적용된다.

그렇다면 은행들이 국유화에 대해 이처럼 반감을 갖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 정부가 은행들에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받는 우선주는 일부 은행의 경우 민간투자자들의 지분을 합친 것보다 비중이 크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하면 대형 금융기관들의 경영권을 손에 넣게 되며 이럴 경우 개인이 소유한 지분은 모두 휴지조각이 될 것이라는 두려움이 커진다.

씨티는 현재 대주주인 싱가포르정부투자공사(GIC)·아부다비투자청(ADIA)·쿠웨이트투자청(KIA) 등 해외 국부펀드들에 대해서도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들을 설득하는 것이 최대 관건이 될 전망이다.

한편 국유화되는 은행 입장에서는 정부가 은행을 제대로 경영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과 함께 금융위기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미 행정부의 고위 관료들이 은행 국유화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는 것도 바로 이 점때문이다.


◆씨티·BOA..그 다음은? = 티모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지난 10일 자산 1000억달러 이상이거나 자금 지원이 필요한 은행들에 대해 ‘스트레스 테스트’를 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는 살생부를 만들겠다는 것으로 해석돼 이때부터 국유화 논란은 서서히 피어 올랐다고 할 수 있다. 시사주간지 타임이 자본을 자산으로 나눈 비율로, 자체적으로 실시한 '스트레스 테스트'에 따르면 씨티그룹·BOA·웰스파고·JP모건체이스 등 4대 은행 가운데 합격점 5%를 받은 곳은 JP모건체이스 1개뿐이었다. 점수가 낮을수록 위험 수위가 가깝다는 것을 의미한다. 웰스파고와 씨티는 각각 3.7%, 3.8%였으며 BOA는 4.6%였다.

다시 말해 미국의 4대 은행 중 2곳은 이미 파산상태이며 나머지 1곳도 계속 자금을 대줘야 겨우 연명하는 수준인 것으로 해석된다.


◆ 결국 국유화인가 = 미 정부는 부실 은행들을 국유화하고 정상화한 다음 몇 년 내로 다시 민영화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히고 있다. 이외에 앨런 그린스펀 전 FRB 의장과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도 은행의 국유화만이 살 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미 정부가 씨티그룹과 BOA, 다른 부실 금융기업들을 인수하는 것은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국유화에 대한 몇가지 쟁점을 들 수 있다.

US뉴스닷컴은 국유화가 불러일으킬 수 있는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우선 부실 은행들을 정부가 인수한다고 해서 그들이 안고 있는 막대한 손실을 메울 수 있는 방법은 없고 정부는 이미 은행을 철저하게 감시하고 있어 국유화의 실익이 없다.

또한 앞서 말했듯이 투자자들의 자산을 증발시킬 위험이 커진다. 씨티와 BOA의 주가는 지난 12개월 동안 90% 이상 폭락해 주주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이들 은행이 국유화한다면 이들의 손실을 만회할 잠재적 기회마저 박탈하는 셈이 된다.

지정학적으로도 곤란한 문제들이 발생한다. 예컨대 씨티가 위기에 처했을 때 최대 주주인 알 왈리드 왕자가 구원투수로 나섬으로써 일반 투자자들을 구하고 이는 또 세계 각국에서 투자자들을 끌어 모을 수 있었다. 하지만 국유화할 경우 외국인 투자자들은 떠날 수 밖에 없다.

은행의 국유화가 이루어졌다고 치자. 누가 은행을 운영할 것인가? US뉴스탓컴은 '재무부의 연구원들? 오바마 대통령이 이사회 회장이 될 것인가'라고 되물은 뒤 '이는 은행 신뢰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은행의 국유화는 나머지 건전한 은행에까지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문제점을 가진다. 만약 국가가 운영하는 은행이 탄생한다면 예금주들은 당장 계좌를 그 은행으로 옮기려들 것이라는 것이다. 이는 건전한 나머지 은행의 부도로까지 직결될 수 있다.

배수경 기자 sue6870@asiae.co.kr
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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