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 놓고 갈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 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이명박 대통령이 가장 좋아하는 시로 함석헌(1901-1989)의 시 '그 사람을 가졌는가'를 꼽았다.
이 대통령은 시 전문 계간지 '시와시학' 봄호 '세계 지도자들의 시 사랑'이라는 기획특집 기고문을 통해 평소 시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전하면서 평소의 애송시를 공개했다.
이 대통령은 기고문에서 "혹자는 나와 시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가질 지도 모르겠다"면서도 "하지만 바쁜 만큼 문화에 대한 그리움이 깊다. 이제 대통령이 되어 공식적으로도 문화행사에 많이 참석하고 또 직접 챙기기도 하지만 여전히 그러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기업인 시절 시인들과 함께 한 워크숍에서 함석헌의 시를 처음 듣고 ▲ 야간상고 진학을 위해 애써준 선생님 ▲ 턱없이 부족한 돈만 받고 책을 판 청계천 헌책방 아저씨 ▲ 환경미화원 자리를 마련해준 이태원 재래시장 상인들을 떠올렸다고 밝혔다.
특히 "‘그 사람을 가졌는가?'라는 물음은 삶 전체를 돌아보게 하는 화두가 됐다"며 "내가 다만 한 사람에게라도 '그 사람'으로 기억된다면 나는 자신 있게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노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천상병의 시 귀천을 인용했다.
아울러 "오늘도 세상에 한 줄기라도 빛을 더하는 사람, 유혹에 가만히 고개를 가로저을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는 다짐으로 새벽을 연다"며 "내 인생의 지표가 된 이 시를 매일 아침 새롭게 가슴에 새기며 하루를 시작한다"고 글을 맺었다.
한편, '시와시학' 이번 호는 '세계 지도자들의 시사랑'이라는 기획특집을 마련해 이 대통령 뿐 아니라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 일본의 호소카와 모리히로 전 총리 등이 보여준 시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자작시와 함께 조명하는 글을 수록했다.
김성곤 기자 skz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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