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처럼 몰려도 매각가율 '도' 넘지 않아
#1. 지난달 법원 경매에 부쳐진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 동아에코빌 아파트. 전용 102㎡(38평형) 아파트의 매각(낙찰)가격은 감정가(4억4000만원)의 71% 수준인 3억1235만원이었다.
1주일 간의 접수기간을 두고 직접 접수하거나 등기우편으로 입찰하는 방식인 기간입찰에 57명이 몰렸지만 매각가율(낙찰가율)은 서울 아파트 매각가율 평균 수준을 유지했다.
#2. 무려 101명이 몰려 법정을 가득 매웠던 경기도 부천 중동신도시 아주아파트는 매각가율은 78%였다.
전용 60㎡(24평형)인 이 아파트의 감정가는 2억6000만원이었지만 결국 2억315만원에 팔려나갔다. 단 10명만 입찰해도 감정가를 우습게 넘겼던 6개월 전 풍경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새해 들어 경매 법정에 사람이 몰려들고 있지만 매각가율은 높아지지 않고 있다. 투자자건 실수요자건 경매에 참여하는 매수자들이 과거 과열때와는 달리 보수적으로 부동산에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2일 경매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1월 서울지역 아파트와 다세대(빌라) 경매진행 건수는 총 798건으로 이중 260건이 매각돼 매각률(낙찰률)은 32.6%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평균 매각률 50%대에 비하면 아직 낮은 수준이지만 지난해 11월과 12월 20%대까지 떨어진 것에 비하면 상승 반전한 것이다.
서울 전체 아파트의 매각가율은 70.8%로 2, 3개월 전 73.5%과 77.9%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전월의 69.4% 보다는 상승했다. 서울 전체 다세대도 2, 3개월 전 수치인 91.2%, 92.8%보다는 하락했지만 전월의 72.5% 보다는 높아졌다.
사람도 늘었다. 서울 전 지역 평균응찰자수는 9.1명으로 전월(5.1명)보다 많이 몰렸다. 2, 3개월 전 3.7명보다는 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3월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다세대의 경우도 평균 5.2명으로 전월 2.7명보다 증가했다.
경기와 인천 등 수도권도 마찬가지다. 경기지역 아파트의 경우 평균응찰자 수는 8.6명으로 최근 3개월간의 4.6명에 비해 급격히 상승했다. 인천의 경우도 12.9명으로 전월 5.2명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경매 법정에 사람이 늘면서도 매각가율이 크게 높아지지 않는 이유는 여러가지다.
실물경기 침체 영향이 아직 본격적으로 나타나지 않아 바닥을 확인할 수 없다는 두려움이 아직 저변에 깔려있다.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 있고 실업률이 느는 것도 문제다.
경매 법정에 매각 부동산이 신건으로 나오는 시기와 그 물건의 가치를 매기는 시차(통상 3∼4개월)로 호황기 감정된 지난해 4분기 물건의 감정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것도 이유다.
고금리와 금융권 부실우려로 경매잔금 대출을 주로하는 제2금융권이 대출을 중단했던 것도 한동안 경매 법정에 사람이 사라졌던 요인으로 작용했다.
강은 지지옥션 팀장은 "지난해 12월을 분기점으로 경매 법정의 분위기가 반전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아파트 응찰자 수에 비해 다세대 응찰자가 적은 것은 과거 강북을 중심으로 불기 시작했던 다세대 열기가 다시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반증"이라고 진단했다.
김민진 기자 asiakm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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