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존' 신지애(21)가 결국 '무적(無籍)선수'로 전락했다.
지난해 한국을 비롯해 미국과 일본 등 전세계를 넘나들며 무려 11승을 수확했던 신지애다. 신지애는 더욱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오픈을 제패하는 등 비회원 신분으로 이미 LPGA투어 3승을 수확해 이번 스토브리그에서는 내심 최고의 '대박'을 기대했다.
신지애의 매니지먼트를 맏았던 티골프스튜디오측도 당연히 큰소리를 쳤다. 전현숙 대표는 지난 연말 "적어도 계약금 10억원에 10년의 장기계약이 가능할 것"이라면서 "소속사인 하이마트를 포함해 국내 최고의 대기업들과 물밑 작업중"이라고 선언했다. 여기에 "머지않아 좋은 소식을 전하겠다"는 확신도 덧붙였다.
사실 신지애의 업적(?)을 생각하면 10억원이 아니라 그 이상도 충분히 가능한 '대어급'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때를 잘못 만났다. 전세계에 불어닥친 경제 한파로 기업 입장에서 보면 신지애는 '뜨거운 감자'다. 상품성은 탐나지만 삼키자니 뜨겁다. 지금은 또 돈이 있어도 주위의 시선을 의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이마트는 그래도 신지애를 오랫동안 뒷받침했다는 명분이 있었다. 그래서 10억원의 계약금까지는 선뜻 수용할 뜻을 내비쳤다. 신지애와 매니지먼트사는 그러나 욕심을 부려도 너무 부렸다.
스폰서에게는 무엇보다 모자 정면과 가슴의 로고를 제외한, 이른바 '쪼개팔기'가 걸림돌이 됐다. 여러 곳의 서브스폰서 유치를 통해 그야말로 '수십억원의 잭팟'을 노렸던 셈이다. 여기에 복잡한 옵션까지 더했다.
하이마트측은 "모자 측면이나 골프백 등 다양한 서브스폰서 유치 허용은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조건이었고, 세계랭킹 1위와 상금왕 등 타이틀에 대한 막대한 보너스, '톱 10' 진입 등 성적에 따른 인센티브 등도 큰 부담이 됐다"고 후일담을 전했다. 티골프스튜디오측은 물론 "밝힐 수 없는 또 다른 사정도 있었다"는 다소 상반된 입장을 표명했다.
어찌됐든 협상은 결렬됐다. 다급해진 신지애측은 그러자 이번에는 매니지먼트사에 책임을 물어 세마스포츠마케팅으로 바꿨다. 올 시즌 LPGA투어 시즌 개막전인 SBS오픈이 불과 2주 앞으로 임박한 시점이다. 자칫 잘못하다간 차세대 지구촌 '골프여제'가 스폰서 로고도 없는 빈 모자를 쓰고 경기에 나설지도 모르는 처지에 놓인 셈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했다. 넘치는 것은 오히려 모자람만도 못하다. 신지애는 더욱이 지금 스폰서계약에만 집착할 때가 아니다. 다음 주에는 당장 시합에 나가 '말썽은 많지만 흥행이 된다'는 미셸 위(19)와 맞대결을 벌여야 하고, 더 나아가 '넘버 1' 로레나 오초아(멕시코)와의 진검승부를 치러야 한다. 이 싸움에서 이기는 것만이 진짜 '대박'을 터뜨릴 수 있는 지름길이다.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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