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30일 오랜만에 대국민 직접 대화에 나서 주요 국정현안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밤 10시 SBS TV를 통해 생중계된 '대통령과의 원탁대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에 출연, 지난 1년의 소회와 경제난국 극복의지는 물론 위기극복을 위한 국민통합 등을 역설했다.
또한 용산참사와 관련한 김석기 경찰정장 내정자의 거취와 경색국면을 벗어나지 못한 남북관계는 물론 수도권 규제완화, 4대강 정비사업, 교육개혁, 방송법 개정안, 코드인사 논란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했다.
이날 TV토론 내용을 종합하면 이 대통령은 취임 첫해 쇠고기파동과 금융위기로 대표되는 국정혼선에서 벗어나 집권2기에는 MB식 국정운영의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집권 2기의 성공적 국정운영을 위해 사실상 정면 돌파를 선언한 것.
◆김석기·북한문제 원칙론 견지, 강공 드라이브 예고=이날 토론에서 가장 관심을 모은 것은 이 대통령이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의 거취와 관련, 어떤 입장을 밝힐 것인가라는 점이었다.
이 대통령은 최근 1.19 개각을 통한 집권 2기 새출발에 나섰지만 뜻하지 않는 용산 철거민 참사로 인해 국정운영에 차질이 빚어졌다. 당장 야권에서는 지휘책임을 물어 김석기 내정자의 파면을 촉구했다. 만약 이 대통령이 김석기 카드를 고집할 경우 2월 임시국회에서의 여야 충돌 등 정국 격랑은 불가피하다.
이 대통령은 이와 관련, "지금은 내정철회를 할 때가 아니다"라면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책 마련이 더 중요하다는 뜻을 내비쳤다. 아울러 공무원의 사기와 법질서 확립 원칙도 재차 강조했다.
이러한 언급은 당장 정치권과 여론의 압력에 굴복하기보다는 이 대통령 특유의 원칙을 지켜나가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최근 대남 초강경 반응을 연이어 내놓고 있는 북한의 태도와 관련해서도 원칙적인 입장을 분명히 했다. 현 상황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시간을 갖고 북한의 태도변화를 기다리겠다는 것.
이 대통령은 "분단 60년 중 남북관계 정상화를 위해 1년간 관계가 경색되는 것은 있을 만하다"며 "초기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당하게 출발해 결과가 좋은 게 좋다. 대충 출발하면 깨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일시적인 남북관계의 경색은 감수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석기 내정자의 거취와 경색된 남북관계라는 최대 현안과 관련, 이 대통령이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는 것은 향후 정국운영에서 좌고우면하지 않고 정면돌파를 선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경제위기 극복 위한 동참호소= 이날 토론의 최대 주제는 역시 경제였다. 전체 토론시간 중 절반 이상이 경제문제에 집중됐을 정도다.
올해 마이너스 성장률이 예상되는 한국경제는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상황이다. 이 대통령 역시 이러한 경제상황의 심각성에 대해 솔직히 시인하면서도 위기극복을 위한 고통분담과 국민통합을 호소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한해는 국민이나 저나 어려운 한해를 보냈다. 금년도 (지난해) 못지않게 어렵다"며 "최선을 다해 위기극복에 힘을 쏟을 생각이며, 한국이 가장 먼저 경제를 회복할 것"이라며 희망의 메시지도 던졌다.
이와함께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정치권의 초당적 협력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불화설을 빚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와의 관계와 관련, "바깥에서 보는 것처럼 그렇게 서먹서먹한 사이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또한 민주당 등 야권의 공세와 관련, "정치인들에게 부탁한다. 이 위기 때 길거리에 나갈 게 아니고 대화를 통해 토론하고 결과를 만들어 내야 한다"고 협력을 촉구했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대운하 재추진 논란이 끊이지 않는 4대강 정비사업은 물론 수도권 규제완화, 부동산정책, 교육개혁, 방송법 개정안 등 그동안 정치사회적 논란이 적지 않았던 휘발성 강한 이슈에 대해서도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김성곤 기자 skz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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