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들 위기감 고조
증권사의 상장사 실적전망 리포트가 계속적인 '뜬구름 잡기'로 신뢰가 땅에 추락하고 있다.
기업들의 실적이 시장의 컨센서스와 잇따라 크게 빗나가면서 펀드매니저와 개인투자자들은 이미 증권사별 지수전망에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모습이다.
지난 23일 삼성전자는 작년 4분기 본사 기준으로 18조4500억원의 매출과 9400억원의 영업손실, 2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4분기 실적에 대한 주요 증권사의 평균 예상치는 매출 20조원, 영업손실 3765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실제 영업손실은 예상치의 2배를 훨씬 넘는 '어닝 쇼크'였다.
LG전자도 4분기 184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추산됐었지만 결과는 3098억원의 영업손실로 드러났다.
현대차와 기아차 역시 각각 추정치보다 16.06%와 81.72%나 악화한 실적을 보였다.
이처럼 시장을 선도하는 대기업들의 실적이 연달아 증권사 예상치를 빗나가면서 애널리스트들의 위기감도 그 어느때보다 고조되고 있다.
실제로 27일 금융정보업체인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23일까지 작년 4분기 실적을 발표한 유가증권시장 상장법인 22개 기업의 영업이익은 시장 추정치 대비 평균 77.36% 낮게 나온 것으로 집계됐다.
22개 종목 가운데 영업이익이 추정치를 웃돈 기업은 다우기술, 고려개발, LG데이콤, SK, 신세계 등 5곳에 불과했다. 경기민감주로 분류되는 IT주의 타격이 가장 컸다.
증권사로서는 투자자들에게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됐다.
한 펀드매니저는 "글로벌 거시경제 분석과 산업전망능력이 뒤떨어지는 국내 증권사의 실적전망에 근거해서 펀드를 운용하지 않는다"며 "실적을 맞히는 것은 신의영역이기 때문에 증권사별 컨센서스에 의존해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김진오 기자 jo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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