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D램 업계 5위인 독일의 키몬다가 23일 끝내 파산을 선언했다. 10% 가까운 D램 시장점유율을 가진 키몬다의 파산으로 공급 과잉 현상도 조금은 수그러들 전망이다. 특히 그 동안 D램업체들간의 치킨게임으로 고전을 면치못했던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국내 D램업체들의 반사이익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세계 5위 D램업체의 파산 신청= 23일 AP통신 등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뮌헨 행정법원의 잉그리트 카프스 대변인은 "키몬다가 파산을 선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카프스 대변인은 키몬다 파산과 관련해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키몬다는 지난달에도 독일 작센 주정부와 모회사 인피니온 테크놀로지, 포르투갈 은행 등으로부터 3억2500만유로(약 5900억원)를 지원받아 간신히 퇴출을 면한 바 있다.
특히 세계 D램 시장에서 9.8%의 점유율을 갖고 있는 키몬다의 퇴출은 업계 '구조조정의 신호탄' 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대만의 D램업체들인 난야, 파워칩, 이노테라 등은 곧 정부에 합병제안과 함께 원조를 요청할 계획이다.
◆세계 D램업계, 새판 짜기 돌입?= 삼성전자 반도체총괄은 지난해 4분기 22분기만에 첫 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전세계 D램 업체 중 유일하게 흑자를 유지하던 삼성전자마저 무너진 것이다. 삼성전자 반도체총괄의 4분기 영업 적자는 5600억원(연결기준 6900억원)에 달한다. 매출은 3조9200억원(연결기준 4조8100억원)에 그쳤다.
이로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은 지난해 연간으로 전년대비 매출이 5% 줄어든 17조6600억원(연결기준 20조2100억원)에 그치게 됐다. 영업이익은 1300억원으로 1%의 영업이익률에 머물렀다. 곧 실적 발표를 앞둔 세계 2위 D램업체 하이닉스의 적자도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다. 김종갑 하이닉스 사장은 "하반기께에나 흑자로 돌아설 수 있을 것"이라고 얘기한 바 있다.
이 정도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실적 발표를 끝낸 대만 D램업체들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은 최악이다. 난야는 4분기 64억7600만대만달러(약 268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7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이노테라 역시 47억8200만대만달러(약 198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전분기 26억3700만대만달러(약 1092억원)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적자 폭이 늘어났다.
◆공급과잉 해소.. 삼성· 하이닉스 수혜 볼 듯= 올해 안으로 구조조정이 일단락된다면 결국 세계 D램업계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 세계 1,2위 D램기업을 보유한 한국과 엘피다의 일본, 그리고 대만업체들 등 삼각 구도를 형성할 전망이다.
자연스럽게 공급 과잉 문제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치킨게임의 '아픈 기억'을 갖고 있는 D램 기업들로써는 공급량을 조절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홍완훈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전무는 실적설명회에서 "4분기쯤에는 공급과 수요가 밸런스를 형성하고, 시황도 약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며 조심스럽게 견해를 밝혔다.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10% 가량의 점유율을 갖고 있던 키몬다의 파산으로 어느 정도 공급 과잉 문제는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수요가 언제쯤 살아날 것인가가 관건인데, 3분기부터는 조금씩 수요도 살아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종성 기자 jsy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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