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자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늘어나는 중소기업 부도, 구조조정, 감산, 조업중단 탓입니다. 이런 이유로 그만둔 사람들이 거리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금융권의 구조조정에 이어 조선, 건설사들의 퇴출이 본격화되면 고용대란은 현실로 다가오게 될 것입니다.
취업을 하지 못한 젊은이들이 밤샘 알바에 목숨을 걸고 빚쟁이 대학생들은 월급만 보장되면 어느 곳이든 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이같은 현상을 반영해 요즘 인력시장에선 30대도 노인 취급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고 문 열기 1시간 전부터 기다려보지만 절반은 상담조차 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가계는 허리띠를 죄고 서민들은 빚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정치를 업으로 하는 사람은 폭력의 전당이 되든, 민의의 전당이 난장판으로 변하든 국민들의 한숨과 원성을 애써 외면하고 있는 듯 하지만 적지 않은 국민들은 이렇듯 숨 막히는 하루하루를 보내야하는 실정입니다.
며칠 전 신문을 뒤적이다 한 교수의 칼럼에 눈길이 멈췄습니다. 불량 국회의원을 리콜하자는 말 때문이었습니다. “워드프로세서가 등장하면서 한글타자기가 자취를 감췄듯이 머지않은 장래에 국회를 현대사 박물관에서나 만나게 될 것”이라는 그의 글을 읽으면서 한국을 지킬 수 있는 힘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지 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
외환위기로 혹독한 겨울을 보내야 했던 10년 전 못지않은 시련의 계절을 맞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인들은 이렇게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데, 우리국민들이 어떻게, 무엇을 통해서 미래를 만들어가야 할까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입니다.
그러던 중 손에 잡힌 책이 ‘성공을 넘어선 CEO’(캐롤 프랭크 지음, 이은주 옮김)였습니다. 참담한 경험과 쓴맛을 통해 소중한 미래를 연 사연들이 어쩌면 지금 불황의 긴 터널 속에 갇힌 우리들에게 전해주는 메시지였기 때문일까요?
등장인물 29명의 CEO 가운데 한 사람이 래리 윈젯(Larry Winget)이라는 사람이었습니다. 그의 인생역정은 지금처럼 경제빙하기를 맞은 우리에게 새로운 생존 패러다임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그는 대학에서 심리학과 도서관학을 전공했습니다. 최초로 시작한 그의 직업은 사우스웨스턴 벨에서의 교환수였습니다. 미국 최초의 남성교환수로 취직했던 셈입니다.
그 후 그는 AT&T 캔자스지역 판매 총괄 책임자가 됐습니다. 판매와 마케팅에서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은 것입니다. 미국의 관련업계에서 성공한 비즈니스맨으로 꼽힐 만큼 잘 나가는 사람으로 평가받았습니다.
그러나 그는 1980년대 초에 단행된 기업분할 당시 1년치 월급에 해당하는 돈을 해고수당으로 받고 회사를 그만두게 됩니다. 해고된 후 그는 모든 것을 잃고 말았습니다. 그는 당시 자신의 처절했던 상황을 “집안에 있던 숟가락까지 모조리 잃을 정도였다”고 말합니다. 먹고 살기위해 돈이 될 만한 살림살이는 모두 다 내다 팔 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 후 래리 윈젯은 강연자의 길을 택합니다. 어느 날 그는 주머니 속에 든 생활비를 모두 털었습니다. 25달러뿐이었습니다. 주머니 속에 마지막 남은 25달러를 내고 오클라호마강연자협회에서 마련한 공개강좌에 참석한 그는 전문가들로부터 강연자가 되기 위한 조언을 듣게 됩니다.
“내가 진짜 되고 싶어했던 길이 강연자라는 것을 나 자신도 알고 있었습니다.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무대와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청중이 있으면 참 행복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강연자의 길을 택하기로 한 후 그는 이런 생각에 마음이 들떠있었다고 회상합니다.
그는 지금 미국에서 최고의 예우를 받으며 1년에 300일을 강연을 하며 보내고 있습니다. 매우 정열적인 동기유발 전문 강연자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19권의 책을 쓸 만큼 유명세도 타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없이 정말 맨손으로 시작했던 10여 년 전이 생각나더군요. 그래서 내 자신한테 ‘넌 다시 할 수 있어’라고 말했지요. 사업에 실패하지 않았다면 오늘날과 같이 성공한 강연자로서의 나도 존재하지 않을테니까요.
실패를 했기 때문에 수천권이나 되는 책을 읽을 수 있었고 또 독서에 빠지면서 오래 전부터 꿈꿔왔던 강연자의 길로 들어설 수 있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래리 윈젯은 철저하게 망가지고 철저하게 새로 태어난 사람이나 다름없습니다. 성공에 대한 달콤한 열매만을 노리기보다는 이에 상응한 노력을 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는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에 대한 철저한 믿음과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습니다. 수 천권이나 되는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미래를 설계했던 것입니다.
“오늘날의 내가 있게 된 것은 내게 성공할 수 있다는 능력이 있다는 믿음을 단 한순간도 놓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나는 그냥 강연자가 아니라 가장 뛰어나고 가장 유능하며 가장 유명한 강연자가 된 겁니다.
나는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미래를 향해 앞으로 나가겠다는 의지와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지요. 죽도 밥도 아닌 어정쩡한 자세로는 아무것도 얻어내지 못합니다.”
그렇습니다. 요즘처럼 고난과 고통이라는 말이 등장한 때도 없었습니다. 희망, 미래, 꿈과 같은 단어가 많이 거론되는 것도 그만큼 경제가 어렵고 사회가 불안정하기 때문에 나오는 반사적인 현상일 것입니다.
지금 경제상황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불확실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승자가 될 수 있는 절호의 찬스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포기하는 사람에게는 승자의 기회가 오지 않습니다. 위기를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 지혜를 가진 자만 승자의 몫을 움켜지게 돼 있습니다.
캐롤 프랭크는 “래리 윈젯 앞에선 우는 소리를 하지 말라” “웬만한 실패 스토리가 아니면 그 앞에서 명함도 내밀지 말라”는 말을 합니다. 그에게 이런 말이 통용될 수 있었던 것은 역경을 기회로 만들어가는 에너지 때문이었습니다.
믿음과 꿈보다 좋은 보약은 없습니다. 포기보다 무서운 병도 없습니다. 한국경제를 되살리는 길, 실업자의 대열에서 새로운 자신만의 역사를 써내려가는 길을 래리 윈젠으로부터 찾는 하루되시기 바랍니다.
권대우 아시아경제신문·이코노믹리뷰 회장 president@asia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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