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이 시작됐습니다. 지난주는 아무래도 징검다리 휴일이다보니 이번 월요일에 시무식을 갖는 기업들도 많고 실질적인 업무는 이번 주가 시작입니다. 모두들 비상한 각오입니다. 기업들은 저마다의 화두를 내걸고 목표를 점검하며 경제 침체에 따른 어려움을 탈출하기 위한 전략 마련에 부심하고 있습니다.
각 기업들의 신년 화두를 들여다 보면 위기 극복을 위해 신성장동력 발굴과 혁신도 중요한 방안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인재에 대한 각별함이 숨겨져 있습니다. 결국 어려운 때일수록 인재를 소중히 여기고 이들이 제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지원하는 것이 기업 발전의 디딤돌이 된다는 것입니다.
얼마 전 한 중견그룹의 오너가 쓴 글을 보았습니다. “최고 경영자로서 하루에도 수십 가지씩 결정을 해야 하는 입장에 있다보면 기분 좋은 일도, 부담스럽고 불쾌한 일도 있다. 그래도 화를 내지 않으려고 하지만 감정 다스리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그러나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감정대로 표현하는 것보다 칭찬과 격려의 덕을 통해 얻는 것이 훨씬 많다. 매년 30~40% 고성장을 하다 성장세가 주춤했다. 마음 같아서는 책임자들에게 호통을 치고 싶었지만 나름대로의 고충이 있겠다 싶어 성과만큼의 특별상여금을 지급했다. 몇 달 후 예년의 성장세를 되찾을 수 있었다.
칭찬을 받은 사람들의 긍정적인 에너지가 고스란히 회사 발전으로 귀속됐다.” 이 글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습니다. 특히 지금과 같은 신년에 한번쯤 생각해 봐야 할 ‘칭찬 경영’의 단면 같습니다.
세계적인 경영컨설턴트인 켄 블랜차드는 저서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에서 바다의 왕자이자 포식자이며 무게가 3t이 넘는 범고래가 멋진 쇼를 하는 이야기를 풀어 놓습니다. 이 책의 주인공인 웨스 킹슬리는 회사의 중역으로 플로리다에 출장 가 우연히 범고래의 멋진 쇼를 보고 누가 이들이 쇼를 할 수 있도록 하였는지 찾아 나섭니다. 범고래 조련사는 웨스에게 범고래와의 관계는 인간 사이의 관계와 다르지 않으며 멋진 쇼를 하게 만드는 비결은 상대방에 대한 긍정적인 관심과 칭찬 그리고 격려라고 말해줍니다.
저자는 책에서 ‘고래반응’을 강조합니다. 범고래가 쇼를 멋지게 해냈을 때는 즉각적으로 칭찬하고 실수를 했을 때는 질책하는 대신 관심을 다른 방향으로 유도하며 중간 중간 계속해서 격려하라는 것입니다. 물론 이를 가치 의식이 뚜렷한 인간에게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으나 “고래반응은 사람들이 스스로 일을 잘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징검다리와 같고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고 자신의 목표와 조직의 목표를 서로 연계시킬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가정이나 조직에서 다른 사람들이 일을 잘하고 있을 때는 무관심하다 잘못된 일이 생겼을 때 흥분하고 질책하는 일이 왕왕 있습니다. 저자는 이를 ‘뒤통수치기 반응’이라 하여 ‘그냥 앉아서 일을 망칠 때까지 기다리다 잘못을 지적함으로써 자신이 훨씬 똑똑하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한다’고 표현하며 이는 상대방에 대해 반감을 가질 수밖에 없고 조직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칭찬은 개인을 즐겁게 하고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는 원천이 되기도 합니다. ‘경영의 달인’이라고 불리는 GE 전 회장 잭 웰치도 어릴 때 심한 말더듬이로 놀림감이 되곤 했답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늘 “네가 말을 더듬는 것은 생각의 속도가 너무 빨라 입이 그것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야, 너무 걱정마라. 너는 자라서 큰 인물이 될 것이야”하며 격려했답니다. 만약 집에서까지 말을 더듬는다고 윽박질렀다면 그는 열등감에 시달려 소외의 시간을 보냈을지 모릅니다.
기업에서도 칭찬의 모습은 똑같습니다. “만약 회사가 자신들의 능력을 알아주지 못한다면 직원들은 자신들이 알고 있는 유일한 방법을 이용해 조용한 반항을 하게 된다. 기업의 가려진 곳에 숨어서 대충 일처리를 하고 연신 투덜대면서 신참직원에게 자신들의 모습을 전수할 것이다.
그들에게는 당초 누구보다도 빛나는 열정이 있었지만 열심히 노력해도 회사가 자신들의 공로를 인정해 주지 않았기 때문에 주어진 일만 적당히 하게 된 것이다.” 생산성 높은 회사를 만들려면 직원들의 닫힌 마음을 열고 숨어 있는 열정과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것이 우선인데 여기에는 칭찬과 포상이 가장 좋은 의사소통 방법이라고 체스트 엘튼은 <칭찬>이란 저서에서 강조하고 있습니다.
최근 한 기업에서 직장인들이 회사의 상사로부터 가장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조사했습니다. ‘수고 했어 정말 잘했어’가 37%로 1위를, ‘역시 당신이야. 자네가 한 일이면 틀림없겠지’ 25%, ‘일’없으면 일찍 퇴근해’ ‘요즘 많이 힘들지’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부하직원들은 상사로부터 격려와 칭찬의 말을 듣고 싶어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부하에 대한 칭찬은 신뢰를 기본으로 합니다. 상사가 부하를 믿고 칭찬하면 할수록 보다 새롭고 생산적인 아이디어가 창출되나 상사가 부하직원을 무능하다고 단정 짓고 중요한 일을 맡기지 않는다면 우수한 잠재력을 가진 사람도 무능한 사람으로 전락하는 악순환을 겪게 됩니다. 직원들이 무능하다면 회사 역시 잘 될 일이 없을 것입니다. 칭찬이 만들어내는 가치는 무한정입니다. 상호간의 신뢰와 잠재력의 개발, 회사에 대한 열정, 목표에 대한 성취 등 긍정적인 변화가 선순환으로 이어집니다.
괴테는 “현재의 모습 그대로 상대방을 대하면 그 사람은 현재에 머물 것이다. 상대방의 잠재능력을 그대로 대해주면 그는 그대로 성취할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칭찬과 격려가 성공하는 조직과 기업을 만드는 중요한 요소인 것입니다.
신년인데도 모두가 어렵다고들 합니다. 우리 사회의 각종 지표들도 빨간불 일색입니다. 2009년의 실질적인 첫 주, ‘서로에 대한 칭찬’으로 시작해 봄은 어떨까요. 마음을 여는 따스함이 다가올 것입니다.
강현직 논설실장 jigk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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