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중참여 통해 대주주-외부세력 '윈윈'…저렴한 경영권 프리미엄도 호재
코스닥 M&A 시장이 새해부터 다시 술렁이고 있다.
자본잠식 등으로 인해 외부감사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들을 중심으로 아예 회사를 처분하고 일정부분 차익이라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있는가 하면,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명부가 폐쇄되면서 일부 대주주들이 외부세력과 손잡고 경영권을 이양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USB형태의 무선 데이터카드 세계시장 1위 업체인 씨모텍은 회사 설립당시 대주주였던 김영환 전 부사장과 이재만 현 대표이사간의 경영권 분쟁이 진행 중이다.
김 전 부사장은 지난해 10월 씨모텍의 지분 13.71%를 매수한 김재우 동인스포츠 회장과 함께 씨모텍의 경영권 탈환을 위한 채비에 들어간 뒤 이 대표를 검찰에 고발했다. 이 대표가 산업기술을 유출하고 업무상 배임 혐의가 의심된다는 것이 김 부사장측의 주장이다.
이후 지난 달 24일에는 김 회장이 공시를 통해 그동안 공동보유자로 등록돼 있던 김 전 부사장을 특별관계자에서 제외한다고 밝히면서 경영권 분쟁은 3파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김 전 부사장과 김 회장 양측의 지분이 나뉘면서 현재 김 회장과 김 전 부사장, 이 대표의 지분율은 각각 15.3%, 11.8%, 21.04%를 기록 중이다.
한편 이 대표는 김 전 부사장의 주장에 대해 김 전 부사장이 외부세력과 손잡고 적대적 M&A를 꾀하고 있는 만큼 법률대리인을 통해 법적인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굿이엠지의 경우에는 개인투자자가 적대적 M&A에 나선 사례다.
굿이엠지는 지난 달 29일 개인투자자인 황민철 변호사 주식 312만주(12.97%)를 장내매수를 통해 보유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적대적 M&A 논란에 휩싸였다. 황 변호사가 보유한 주식이 기존의 최대주주였던 썬페트로의 보유주식 311만214주(12.92%) 보다 9000여주 많기 때문이다.
이에 굿이엠지측은 확실한 우호주들을 확보하고 있는데다 황 변호사의 주식 취득은 단순 투자의 개념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나, 황 변호사측이 공개적으로 적대적 M&A에 나선 것이라고 선언하면서 양측의 대립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체에너지 개발업체로 유명한 오디코프와 같이 큰 손이 거액을 들여 아예 회사를 인수한 사례도 있다. 지난달 초 박영배법률사무소의 박영배 변호사는 오디코프의 경영권과 지분 19.54%를 110억원에 취득했다. 박 변호사는 "오는 19일 임시주총이 개최되면 이사를 선임하고 회사 경영에도 본격 참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병양 변호사도 지난해 10월 서한의 주가가 10% 이상 급락했던 시점을 활용해 주식 197만78주(2.2%)를 장내매수, 지분 9.0%를 확보한 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와는 달리 요즘은 기존 대주주의 지분은 대주주 스스로 처분해 차익을 실현하고 외부세력들은 대주주의 지분 취득이 아닌 유상증자 참여를 통해 회사의 경영권을 확보하는 추세"라며 "이럴 경우 대주주측에서는 손해 볼 것이 없기 때문에 M&A가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대주주는 할증발행을 통한 유상증자로 차익을 보장받고 외부 세력들은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코스닥 시장에 입성할 수 있어 일석이조"라며 "지난해까지 최소 30억~40억원 사이에 거래됐던 경영권 프리미엄이 사실상 사라졌다는 점 또한 M&A 시장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진수 기자 hj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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