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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 움츠리지 말고 닫힌 지갑 열라

[2009 신년기획] 내수를 살리자
금융 부실 등 결혼자금·내집마련 꿈 휘청
일자리 감소·구조조정땐 결정타 우려도



#1. "집 내놓은지 3개월이 지났지만 전화 한 통 없네요. 싼 값에라도 전세부터 주고 부모님께 신세를 지기로 했습니다."
 
서울에 직장을 둔 S대리는 얼마전 김포에 있는 부모님 집으로 이사를 했다. 파주 교하신도시 40평형대 아파트를 분양받아 1년여를 살았온 터였다. 하지만 2억원이 넘는 대출 때문에 집을 팔려고 했지만 사려는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 지역에서는 20%까지 값을 내린 아파트 급매물이 나오고 있다. 급기야 대출이자를 줄이기 위해 헐값에 전세를 내줬다.

S대리의 마음이 급해진 것은 주식실패 때문이다. 2007년 하반기 증권사 보고서를 믿고 우량기업이라고 생각했던 대기업 주식을 샀다. 원래 갖고 있던 2000만원에 아내 몰래 신용대출 3000만원까지 얻어 투자한 주식은 지금 원금의 60% 이상이 손실로 남았다.

신용대출 금리는 10%에서 12% 이상으로 올랐다. 최근 아내에게 이 사실을 털어놓은 이후 집을 팔기로 했다. 당장 신용대출과 아파트 담보대출을 갚지 않으면 월 100만원이 넘는 이자를 견뎌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2. 서울시 영등포구에 사는 회사원 K씨(31)는 올 4월로 예정했던 결혼식을 무기한 연기했다. 그놈의 펀드 때문이다.

K씨는 지난해초 5년간 직장 생활을 하면서 모은 적금 6000만원을 펀드에 묻어뒀다. 중국 경제가 나빠질 것이란 나름의 분석 끝내 국내 우량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를 골랐지만, 허사였다. 적금을 2배로 불려 결혼자금을 마련하겠다는 꿈은 반토막 난 펀드 앞에 산산히 부서졌다. K씨는 "결혼전에 조그만 아파트 전세금이라도 마련하려고 하다 이제 여자친구 얼굴 볼 낯도 없어졌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최근 신문이나 TV뉴스도 멀리한다. 주식이나 펀드 소리만 들어도 울화통이 치밀어서다. 회사 동료들 사이에도 주식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암묵적인 금기 사항이다. 회사의 한 선배는 펀드 때문에 이혼을 할 뻔했다. 고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만으로 적금 통장을 모두 깨 해외펀드 등으로 갈아탔다 70% 안팎의 손실을 입었던 것이 화근이었다.

가계의 숨통이 막혔다. 가계가 부동산과 금융자산의 동반 침체에 휘청거리고 있다. 자산가치의 하락은 당장 대출이자 부담과 구매의욕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가계의 주식투자 손실은 무려 162조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집을 장만하기 위해 마련했던 돈이나 여유자금, 돈을 빌려 투자하다 날린 경우는 고스란히 부실로 남게됐다.

은행들의 가계에 대한 대출 축소도 심해졌다. 신한은행은 이미 1억원 이상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본점 승인을 받도록 했으며, 공무원과 의사에 대한 신용대출도 한도를 기존의 50~60% 수준으로 낮췄다. 카드회사와 저축은행들도 신용대출 한도를 줄이고 심사를 강화하는 등 리스크 관리에 힘을 쏟고 있다.

증권사 창구는 더욱 썰렁해졌다. 신규계좌 개설은 실종했고 펀드 가입을 위해 찾아오는 고객의 발길도 거의 끊겼다. B증권사 신사지점의 K지점장은 "안정적인 확정이자상품을 권유해도 고객이 돈이 없어 가입을 못하는 상황이다"며 "머니마켓펀드(MMF) 잔고가 늘어난 것도 개인이 아닌 법인 자금이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가계의 부실자산이 늘어나면서 부동산으로의 부실 전이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부동산을 사려는 사람은 급격히 줄어들고 매물은 넘쳐나고 있다. 거래없이 호가만 폭락하는 사태 때문에 집을 팔아 부채를 갚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은행이 평가하는 부동산 가치보다 대출이 많아지는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A은행 강남권 지점의 P지점장은 "아직 일부이긴 하지만 대출 규모보다 부동산 값이 더 낮은 경우도 나오고 있다"며 "앞으로 부동산시장이 풀리지 않으면 이같은 현상이 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판 서브프라임 사태가 터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이 때문이다. 미래경제사회포럼은 최근 보고서에서 자영업자 기업대출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과다적용 등을 고려하면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이 전체 대출의 17.8~28.5%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미국이 서브프라임 사태 당시 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비율 16%보다 훨씬 높다는 것이다.

김용구 미래경제사회포럼 박사는 "저성장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와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 되는 올해부터 가계부실발 경제위기가 본격화 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취재>조영주ㆍ이규성ㆍ이경호ㆍ정수영ㆍ이초희 차장, 안승현ㆍ배수경ㆍ채명석ㆍ김재은ㆍ박종서ㆍ황상욱ㆍ박병희ㆍ김혜원ㆍ이광호ㆍ강미현 기자 <사진> 윤동주ㆍ이재문 기자

특별취재팀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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