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마지막 목표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지난 4일 서울 그랜드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2008 한국프로골프 대상 시상식'에서 프로골프계 최고의 영예인 '대상'을 수상한 김형성(28ㆍ삼화저축은행). 올 시즌 2승을 포함해 '톱 10'에 무려 12차례나 진입하는 등 눈부신 플레이를 펼친 김형성에게는 생애 최고의 순간이었다. 시상식장에는 그러나 지난달 30일 갓 결혼한 '새신부' 도미정씨(25)가 대신 섰다.
김형성은 그 순간에도 신혼여행까지 뒤로 미룬 채 세계 무대 진출을 위해 선택한 첫번째 '좁은 문'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퀄리파잉(Q)스쿨에서 치열한 접전을 치르고 있었다. 그리고 김형성은 6라운드짜리 이 '지옥의 레이스'에서 7위로 사실상 내년도 '풀시드'를 획득했다. 일본 무대 진출이 그렇게 급했냐고 묻자 "가족이 생겼으니 돈도 더 많이 벌어야죠"라며 활짝 웃는 김형성을 15일 임페리얼팰리스호텔에서 만났다.
▲ 김형성의 '홀로서기'= 김형성의 골프입문은 고교 1학년인 17세 때였다. 초등학교 시절 골프를 시작하는 여느 선수들과 비교하면 늦어도 너무 늦었다. 김형성은 여기에 경제적인 뒷받침도 충분하지 않았다.
김형성은 "서울에 올라와서 미아동 삼촌댁에서 골프아카데미가 있는 기흥에 다녔는데 전철과 버스를 갈아타면서 적어도 2~ 3시간씩은 걸렸던 것 같았다"라고 회상했다.
이때문에 김형성에게는 남들이 부담스러워하는 군복무도 훈련의 연장선이 됐다. 후임병 중에 마침 헬스트레이너가 있었다.
김형성은 "체력 보강에 대한 조언도 듣고, 일부러 운동을 많이 시켜달라고 부탁도 해서 2년이 넘는 시간을 아무 생각없이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면서 보냈다"고 말했다.
▲ 김형성, '2승 챔프'가 되다= 김형성은 2005년 2부투어 상금랭킹 3위로 이듬해 투어에 합류했다.
김형성은 그러나 그 해 10월 메이저대회인 KPGA선수권에서 생애 첫 우승을 거머쥐면서 일약 '빅스타'로 떠올랐다. 지난해 역시 우승은 없었지만 '톱 10' 진입 아홉 차례의 꾸준한 성적을 토대로 상금랭킹 7위에 진입했다.
올해는 더 좋았다. 시즌 초반 토마토저축은행오픈에서 우승하면서 황인춘과 상반기 내내 상금왕 경쟁을 벌였고, 에이스저축은행 몽베르오픈 우승으로 '멀티플 위너'의 반열에 올랐다. 배상문이 무려 3억원의 우승상금이 걸린 한국오픈 우승으로 순식간에 상금왕에 등극해 상금랭킹 2위로 밀려났지만 대회별 포인트를 합산한 대상은 당연히 김형성의 '몫'이 됐다.
▲ 김형성의 '절반의 성공'= 하지만 김형성에게 2승은 결코 만족할 수 만은 없는 성적으로 남았다. 2위로 마무리한 대회만 해도 무려 네 차례다. 김형성 역시 "적어도 3~ 4승은 충분히 할 수 있는 기회였다"라며 짙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형성은 막판 우승경쟁에서 밀려난데 대해 '집중력 부족'이라고 분석했다.
김형성은 그래서 이번 겨울훈련은 체력과 집중력 강화에 포커스를 맞췄다. "집중력이 떨어지면 아무래도 짧은 퍼팅을 놓치게 되더라구요"라는 김형성은 특히 홀 주위 1.5야드 거리에 18개의 볼을 늘어놓고 모두 집어넣을 때 까지 연습을 계속하는 등 퍼팅에 공을 들이고 있다. 김형성은 "중간에 실수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되니까 압박감도 생긴다"고 했다.
▲ 김형성 '신혼의 단꿈'에 젖다= 김형성은 결혼한 지 이제 막 2주가 지난 '새신랑'이다. 지인의 소개로 만난 아내는 2년여의 열애 끝에 결혼에 골인했다. 프로골퍼 출신으로 연애시절에는 캐디까지 맡아 열혈내조를 했던 장본인이다. 신혼집은 용인에 마련했다. 김형성은 "골프라는 공통분모가 있어 더욱 이해심이 깊다"며 자랑이 대단하다.
옆에 있던 아내가 김형성에 대해 "언제든지 긍정적인 면이 보기 좋다"고 화답했다. "경기가 안풀려도 항상 웃는 모습에서 '스마일킹'이라는 애칭도 얻었다"고 덧붙였다. 남자로써의 매력에 대해 물었더니 김형성이 "너무 많아서 다 말할 수가 없을 것"이라며 중간에 가로막는다.
▲ 김형성, '이제는 세계로'= 김형성은 내년 1월 중순에는 아시아프로골프(APGA)투어 Q스쿨에도 도전한다. "한국과 일본 경기도 다 소화하지 못할 것 같다"고 한 마디 했더니 "아시안투어가 최근 유러피언(EPGA)투어와의 공동개최로 빅매치가 많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일본이나 아시아나 어디든 빠른 쪽을 통해 미국으로 가는 발판으로 삼겠다는 속셈인듯 했다.
김형성은 "이번 Q스쿨을 통해 일본 코스가 어쩌면 더 궁합이 맞겠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자신감도 드러냈다. "페어웨이가 좁다고 하지만 오히려 국내보다는 넓은 편"이라면서 "티 샷만 정확하면 우승경쟁이 더 수월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 김형성은 '산낙지 마니아'= 체력관리를 위한 특별한 보양식으로는 "산낙지"를 꼽았다. "도핑테스트가 점차 강화되면서 한약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들었다"는 김형성은 "영화 올드보이처럼 세발낙지를 통째로 먹는 맛이 일품"이라며 '산낙지 예찬론'을 펼쳤다. 김형성은 또 "언제나 팬들의 성원이 큰 힘"이라면서 대회 때 마다 자신을 응원하는 '팬 카페 회원'들의 자랑도 늘어놓았다.
김형성은 아마추어골퍼들을 위한 '팁'도 전했다. 무조건 자신의 샷에 대한 믿음을 가지라는 것이다. 김형성은 "아마추어골퍼들은 통상 단번에 모든 것을 교정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예를들어 슬라이스가 나면 그 기준에 맞춰 코스공략을 하고 조금씩 고치려고 연습을 병행하는 것이 순서"라고 강조했다.
▲김형성의 '비밀병기'는= 드라이버는 캘러웨이 FT-5이다. 언젠가 필 미켈슨이 들고 나왔던 클럽이다. 아이언은 맥그리거 V포일 M675 프로토 아이언(3~ 9번 아이언, 피칭웨지)을 쓴다. "예민하게 생겼는데 어드레스가 편안하고 손맛이 좋다"는 평이다. 그린 주위의 숏게임은 타이틀리스트 보키웨지 52도와 58도가 책임진다. 퍼터는 오딧세이, 볼은 타이틀리스트 프로 v1이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
사진=이재문 기자 moon@asiaeconomy.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