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이기자
인공지능(AI) 성능이 강화된 노트북 신제품들이 대거 출시되고 있으나, 부품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소비자들의 구매 부담은 한층 커질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최신 프로세서를 탑재한 AI PC를 선보이는 가운데, 메모리 반도체와 중앙처리장치(CPU)의 원가 상승이 제품 가격에 반영되면서 전작 대비 가격대가 대폭 상승했다. 글로벌 PC 제조사들 역시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어, 고사양 AI 노트북의 대중화 과정에서 가격 적정성 확보가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26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신형 AI 노트북 가격이 전작 대비 큰 폭으로 올랐다. 삼성전자의 신형 '갤럭시 북6 프로'는 14인치 모델이 341만원, 16인치 모델이 351만원으로 책정됐다. 프리미엄 라인인 '갤럭시 북6 울트라'는 사양에 따라 463만원에서 493만원에 달한다. 이는 전작인 '갤럭시 북5 프로' 16인치 모델의 출시가 245만8000원과 비교하면 100만원 이상 인상된 수준이다. LG전자 또한 신형 'LG 그램 프로 AI' 16인치 모델 출고가를 전작보다 약 50만원 높은 314만원으로 정했다.
노트북 가격의 전반적인 상승은 신제품에 탑재된 인공지능(AI) 기능 구현을 위해 고사양 부품 채택이 늘어난 영향이 크다. 삼성전자는 27일 AI PC인 갤럭시 북6 울트라와 갤럭시 북6 프로를 국내 시장에 출시한다. 갤럭시 북6 울트라는 40.6cm(16형) 단일 사이즈로, 갤럭시 북6 프로는 40.6cm(16형)와 35.6cm(14형) 두 가지 크기로 구성됐다. 이에 앞서 LG전자는 이달 초 LG 그램 프로 AI(17/16형)를 포함해 총 7종의 신규 라인업을 공개하며 AI 노트북 시장 공략에 나섰다.
각 제조사들은 신형 제품에 탑재된 AI 기능을 고도화했다. AI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선 더 많은 메모리 반도체와 고성능 연산 자원이 요구된다. 삼성전자는 이번 갤럭시 북6 시리즈에 인텔 코어 울트라 프로세서 시리즈 3를 탑재해 전력 효율과 처리 성능을 높였고, 최대 50 TOPS(초 단위 연산) 성능의 NPU(신경망 처리 장치)를 통해 이미지 편집, 텍스트 변환 등 AI 기반 작업을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LG그램 신형에도 LG AI연구원이 자체 개발한 거대언어모델(LLM) '엑사원(EXAONE) 3.5'이 탑재됐으며, 다양한 온디바이스 AI 기능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용도에 따라 인텔 코어 울트라 또는 AMD 라이젠 CPU(중앙처리장치)를 선택할 수 있다.
여기에 메모리 가격이 급등하면서 노트북 제조 원가 자체를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주요 메모리 업체들이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용 D램 등 AI용 고부가 제품 생산에 집중하면서 PC·스마트폰에 사용되는 범용 D램 공급이 줄어들었고 이에 따라 가격이 상승한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기가바이트 1Gx8)의 평균 고정 거래가격은 지난해 3월 1.35달러에서 12월 9.3달러로 9개월 연속 상승했다. 노트북 핵심 부품 중 하나인 DDR5와 낸드플래시 가격도 동반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CPU 가격 인상도 영향을 미쳤다. 갤럭시북6 시리즈에 탑재된 인텔 '코어 울트라 시리즈3'는 인텔의 차세대 파운드리 공정인 18A(1.8나노) 초미세 공정을 적용한 첫 상용 프로세서다. 이는 초기 수율이 낮아 제조 원가가 높아지면서 투자 비용 상승이 소비자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노트북 제조 원가 자체가 높아지면서 소비자가 상승으로 직결되고 있다. 글로벌 PC 제조사들도 줄줄이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 글로벌 PC 1위 기업인 레노버는 주요 고객사에 기존 견적과 가격이 연말에 만료되고, 새해부터 새로운 가격이 적용된다고 안내한 것으로 알려졌다. PC업계 2위인 델도 기업용 PC 가격을 최고 30% 인상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CPU, 메모리 등 거의 모든 핵심 부품의 가격이 가파르게 올랐다"며 "소비자가 상승을 최대한 막으려고 노력 중이지만 쉽진 않다"고 말했다. 이어 "노트북이 신학기 가장 먼저 출시되는 제품인데, 앞으로 나올 스마트폰, 자동차 등 반도체가 들어가는 모든 제품이 가격이 전년 대비 많이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