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종에너지 스페셜리스트
한국원자력학회가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된 2기의 대형 원전 이외에 12차 전기본에 추가 원전 건설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회는 또한 발전원별 경제성을 평가할 때 현재 균등화발전비용(LCOE) 이외에 총전력계통비용(SCBOE)을 추가로 평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원자력학회는 23일 언론에 배포한 '12차 전기본 수립에 대한 입장 및 제언'에서 "폭증하는 AI·데이터센터 전력수요에 대응하고 2050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존 계획을 넘어선 '추가 신규 원전 건설'이 12차 전기본에 반드시 반영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회는 "지금 대한민국은 ▲탄소중립(환경) ▲경제적 에너지 공급(경제성) ▲에너지 안보(안정성)라는 '에너지 트릴레마(Energy Trilemma)'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특히 AI 혁명으로 전력수요가 예측 범위를 넘어 급증하는 상황에서 간헐성이 큰 재생에너지만으로는 전력망 안정과 수요 대응에 한계가 명확하며, 따라서 '무탄소 기저 전원'인 원자력의 역할 확대는 선택이 아닌 필수 생존 전략"이라고 주장했다.
학회는 이미 미국, 프랑스 등 세계 주요국은 원전 이용을 대폭 확대하고 있으며, 탈원전의 선봉장이었던 독일조차 최근 총리 회견을 통해 "탈원전이 전략적 실패였음"을 사실상 자인했다고 덧붙였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지난 15일 "전 정부가 마지막 원자력발전소들을 성급하게 폐쇄한 것은 심각한 전략적 실수"라고 비판하며 "우리는 지금 세계를 통틀어 가장 비싼 에너지 전환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1일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발표한 국민 여론조사에서 국민 60% 이상이 신규 원전 추진에 찬성하고, 80% 이상이 "원자력 발전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에 대해 김성민 원자력학회장(KAIST 교수)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평가하며 "이러한 국민적 지지가 12차 전기본 수립에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회는 "신규 원전 건설에 소요되는 기간을 고려할 때 2040년 이후의 전력 수급 공백을 막으려면 지금 당장 12차 전기본에 2039~2040년 가동 목표의 추가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회는 11차 전기본의 2038년 원전 비중 목표인 35%를 2050년에도 유지하기 위해서는 신규 대형원전 20기, 소형모듈원자로(SMR) 12기 건설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학회는 "현재 통용되는 균등화발전원가(LCOE·Levelized Cost of Electricity)는 발전소 담장 안의 비용만 계산할 뿐, 간헐성 대응을 위한 백업 설비, 전력망 보강, 수급 불균형 해결 비용 등 '숨겨진 비용'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최근 유엔유럽경제위원회(UNECE)의 보고서에 따르면 변동성 발전원인 재생에너지는 단순 발전비용 외에도 ▲전력망 확충 비용 ▲유연성 자원 확보 비용 ▲프로파일 비용(가치 하락 및 출력제어) 등이 발생하여 실제 시스템 비용은 LCOE 대비 2배 이상 급증할 수 있음이 확인됐다"며 "정부는 '총전력계통 비용(SCBOE·System Cost Breakdown of Electricity)'을 기준으로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는 에너지 믹스를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총전력계통비용은 전력망 연결, 예비력 확보, 출력제어 손실 등 전기를 소비자에게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모든 추가 비용을 포함한 개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