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3구·용산구 아파트 가격 하락
세 낀 매물 퇴로 열고 매물 늘었지만
대출 규제 등으로 거래량은 즐어
전문가 "쉬어가는 국면, 추세적 하락은 아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다주택자들이 '세 낀 매물'을 쏟아내면서 강남 3구와 용산구 아파트값이 동반 하락했다. 토지거래허가 신청 기간까지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두 달가량밖에 시간이 남지 않은 만큼, 가격을 낮춰 급매로 처분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26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리더스원' 전용 74㎡ B형 매물은 34억5000만원에 나왔다. 같은 단지 전용 59㎡가 35억원에 호가가 형성돼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가격이다. 동일 평형대(74㎡) 매물이 36억~38억원 수준에 나와 있는 상황에서 약 2억원 낮춘 '초급매'다. 같은 평형 74㎡ A형 매물도 지난 25일 매물을 내놓은 뒤 하루 만에 호가를 1억원 낮췄다. 인근 공인중개사는 "4월 10일 전에는 매수자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다주택자들 사이에서 급매 물건이 빠르게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압구정 재건축 단지도 비슷하다. 압구정동 현대 8차 91동 전용 111㎡ B형 매물은 지난 12일 58억원에 등록된 뒤 13일 만에 호가를 3억원 낮췄다. 이전 거래가가 62억원까지 형성됐던 점을 고려하면 하락 폭이 크다. 송파구 헬리오시티 전용 38㎡ C형도 지난 10일 21억원에 나왔다가 사흘 만에 1억5000만원 떨어졌다. 단지 내 매물이 쌓이면서 급한 매도자 중심으로 가격 조정이 이뤄지는 분위기다.
한국부동산원이 이날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자료를 보면, 이달 넷째 주(23일) 기준 강남 3구와 용산구 아파트값이 한 주 전보다 떨어졌다. 이들 지역은 그간 서울 아파트값 상승을 주도해온 대표적인 고가 주거지로, 네 곳이 동시에 하락 전환한 것은 약 2년여 만이다. 하락 폭은 강남구(-0.06%)가 가장 컸고, 송파구(-0.03%), 서초구(-0.02%), 용산구(-0.01%) 순으로 나타났다.
가격 조정 배경에는 매물 급증과 거래 위축이 자리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전일 기준 강남구 아파트 매물은 9263건으로, 정부가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방침을 공식화했던 1월 22일(7256건)과 비교해 약 2000건(21.9%) 늘었다. 서초구는 8052건, 송파구는 5223건, 용산구는 1656건으로 집계됐다.
반면 거래는 급감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1월 26일부터 이날까지 한 달간 강남 3구와 용산구 아파트 거래는 345건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1886건) 대비 80% 이상 감소한 수준이다. 강남구는 561건에서 82건으로, 서초구는 499건에서 62건으로 줄었다.
거래 후 시스템에 등록하기까지 일정 기간 시차가 있는 데다 올해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영향으로 구청 승인 절차가 필요한 점을 감안해도, 전반적인 거래 위축 흐름은 뚜렷하다. 같은 기간 서울 전체 거래량을 비교하면 6307건에서 3432건으로 46% 정도 감소했다. 상대적으로 강남 3구나 용산구 감소 폭이 두드러진다는 얘기다.
시장에서는 대출 규제 영향으로 현금 동원력이 있는 수요자만 접근 가능한 구조가 되면서 매수세가 위축됐다고 말했다. 송파구 한 공인중개사는 "명절 이후 다주택자 매물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매수자들은 추가 하락을 기대하며 관망하고 있다"며 "초급매가 아니면 거래가 쉽지 않은 분위기"라고 전했다. 서초구 한 공인중개사는 "급매를 잡아도 본인 집을 팔고 와야 하는 경우가 있어서 거래 직전까지 갔다가 끊어지는 경우도 있다"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일단 현금을 마련해 놓은 사람들만 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하락이 서울 전역의 추세적 하락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선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근 2년간 큰 폭으로 오른 일부 지역에서만 나타나는 되돌림 성격이 강하다고 본다. 특히 5월 9일 이후 거래될 물건이 소화되면 매물 잠김 현상이 나타날 수 있어, 서울 집값의 중장기 상승 전망을 흔들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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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은 "강남 3구처럼 최근 2년 사이 신고가를 계속 경신해 온 지역은 잠깐 쉬어가는 게 정상"이라며 "외곽 지역은 과거 고점 대비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 빠질 것이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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