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진로앤비즈 스페셜리스트
최석진 로앤비즈 스페셜리스트
판검사의 위상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출세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커서 꼭 판검사 돼라"라는 말은 이제 시대물에서나 들을 수 있는 대사가 돼버렸고, 결혼정보회사 배우자 직업 선호도에서도 의사에 밀린 지 오래다. 판검사보다 김앤장·태평양 같은 상위권 로펌 변호사가 오히려 인기가 많다는 얘기도 들린다.
검사의 몰락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2017년 취임한 문재인 전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신설하고, 검경 수사권을 조정하면서 점차 축소되기 시작한 검사의 수사권은 검찰총장 출신 윤석열 전 대통령이 당선되며 잠시 회복될 기미가 보였지만, 명분 없는 계엄 선포로 윤 전 대통령이 파면당하며 아예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검찰청 폐지'를 앞둔 검사들은 수사는 못 하고 기소만 할 수 있는 공소청 검사로 남을지, 아니면 검사 직함을 떼고 중대범죄수사청으로 자리를 옮겨 수사관이 될지 양자택일만 남은 상황이다. 공소청 검사에게 '보완수사권'이라도 남길지, 중수청 수사관과 구별되는 수사사법관을 둘지를 두고 정치권에서 갑론을박하는 것을 보면서 검사들은 자괴감이 들 만하다.
몸담았던 조직이 통째로 사라질 검사보다는 덜해도 판사의 상황도 최악인 건 마찬가지다. 늘 비난을 받으며 수년에 걸쳐 권한이 축소돼온 검사들은 맷집이라도 세졌을 텐데, 수십 년간 법대(法臺) 위에서 존경과 존중을 받아온 판사들은 최근 1~2년 새 벌어진 치욕적인 상황들이 더 낯설고 힘들게 느껴질 것이다.
여당은 판결이 맘에 안 든다고 대법관을 왕창 늘리겠다고 사법부를 겁박하고, 대법원장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시키려 하는가 하면, 재판에서의 법령 적용을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는 '법왜곡죄' 신설 법안까지 내놨다.
어디 그뿐인가. 정치적으로 예민한 사건의 판결 결과에 따라 판사를 영웅 혹은 천하의 몹쓸 사람으로 만드는 게 일상이 됐다. 아마도 '12·3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된 재판을 맡은 판사 중 더불어민주당이 보기에 화끈한 결론을 내린 판사는 향후 인사에서 영전하고, 그렇지 않은 판사는 좌천되지 않을까.
이는 앞서 진행된 두 번의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보면 충분히 예상되는 시나리오다. 총장 권한대행에게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지시의 경위와 법리적 근거 설명을 요청하는 성명서에 이름을 올렸다는 이유만으로 검사장 7명이 법무연수원으로 좌천됐다. 헌법과 검찰청법에 명시된 판사와 검사의 신분보장 조항에도 불구하고, 정부나 여당의 눈 밖에 나면 한 방에 날아갈 수 있음을 보여준 셈이다.
이 같은 '사법의 정치화' 문제와 더불어 우려되는 건 우수한 인재들의 판검사 지원이 현저하게 줄고 있다는 점이다.
2014년 80%가 넘었던 SKY 출신 신임 판사 비율은 2023년 60%대로 떨어졌고, 신임 검사 중 SKY 로스쿨 출신의 비중은 2014년 57.5%에서 2024년 25.6%로 10년 새 31.9%가 감소했다. 반면 올해 6대 로펌의 신임 변호사 200명 중 157명(78.5%)이 SKY 로스쿨 출신이라고 한다.
판사 임용에 법조 경력 요건이 필요해진 탓도 있겠지만 대기업이나 로펌에 한참 못 미치는 급여 수준, 야근하지 않으면 미제 사건이 쌓일 수밖에 없는 과중한 업무에도 판검사들을 버티게 했던 자존감, 사회적 위상, 존중과 존경 같은 것들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게 보다 결정적인 이유로 보인다.
생명을 다루는 의사 못지않게 모든 갈등과 분쟁의 최종 심판자로서 경우에 따라 한 사람의 생명과 자유권의 완전한 박탈까지 선고할 수 있는 판사나,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피의자의 인권을 보호할 책무가 있는 검사도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한민국은 공익 실현의 사명감과 정의감으로 새벽까지 사무실에서 사건기록을 검토하는 헌신적인 판사와 검사를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운 사회로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