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기자
구독자 4640만명을 보유한 미국의 유명 크리에이터 '아이쇼스피드(Ishowspeed)'가 휴머노이드 로봇을 '폭행'한 혐의로 100만달러(약 14억7000만원) 상당 소송에 휘말렸다. 폭행당한 로봇은 '리즈봇(Rizzbot)'이라는 이름의 로봇 인플루언서로, 100만명이 넘는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아이쇼스피드(오른쪽)와 리즈봇이 서로 대치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미국 IT전문 매체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이 로봇을 만든 업체인 소셜 로보틱스가 아이쇼스피드를 상대로 소송을 냈으며, 소장은 지난달 텍사스주 법원에 제출됐다. 본명이 대런 제이슨 왓킨스 주니어인 아이쇼스피드는 과격함과 코믹함을 함께 녹인 콘텐츠로 주로 활동하고 있다. 리즈봇은 카우보이모자를 쓰고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는 영상으로 인기를 끈 인플루언서다.
아이쇼스피드가 휴머노이드 로봇 '리즈봇'을 폭행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폭행 사건은 지난 9월16일 리즈봇이 아이쇼스피드의 생방송에 초대되면서 일어났다. 폭행 당시 라이브 스트리밍 영상을 보면 아이쇼스피드와 리즈봇은 첫 만남부터 서로의 인상을 조롱했다. 그러다 리즈봇이 스피드를 향해 손가락 욕을 했고, 이에 스피드는 사과를 요구했으나 리즈봇은 끝내 사과하지 않았다. 결국 격분한 스피드는 리즈봇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고 목을 졸랐다.
소장은 "아이쇼스피드는 고가의 정교한 로봇을 그렇게 다루면 회복 불가능한 손상이 생긴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며 "그의 행동으로 인해 리즈봇은 사실상 전면 파손됐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로봇의 머리 카메라가 작동하지 않고, 시각·청각 센서 연결 포트가 고장 나 균형을 잃고 비정상적으로 움직인다는 내용도 소장에 들어 있다.
리즈봇은 입·목·기계 부품·센서 등에도 심각한 손상이 발생해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후 시청자 참여도 70% 이상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 측은 수익 손실과 명예 훼손, 정신적 피해 등을 이유로 100만 달러 이상의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회사 측이 리즈봇을 사람처럼 간주해 명예 훼손 소송을 냈다는 점이다. 아이쇼스피드 측은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