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CEO 28%만 내년 경제 낙관…韓 CEO는 51.5%'

가장 시급한 리스크는 해킹·물가·지정학적 불안
"공급망 회복력 강화 및 비용관리 중요"

세계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 중 28%만 내년 경제를 낙관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반면 국내 CEO들은 이 비율이 절반을 넘었다.

10일 한국딜로이트그룹은 국내외 기업 CEO 149명(국내 80명)을 대상으로 설문 및 심층 인터뷰를 진행하며 조사한 '2026년 딜로이트 글로벌 경제·산업 전망'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세계 경제와 산업을 낙관적으로 본다는 CEO 비율은 28%로 집계됐다. 올해 상반기 14% 대비 두 배 늘었다. 비관적인 응답은 58%에서 32%로 줄었다.

한국 CEO들 세계 평균보다 더 낙관적이었다. 과반인 51.5%가 내년 경제가 긍정적이라고 답한 것이다. 세계 경제전망, 아시아태평양 권역 경제 전망, 자사 산업 및 기업 성장 전망 등 질문한 모든 분야에서 세계 CEO보다 훨씬 더 낙관적이었다.

보고서는 그 배경으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기회로 인식하고 있고, 한국은 수출과 공급망 기반 성장 여지를 높게 보고 있다"며 "또한 기술혁신과 생산성 향상과 더불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중심 성장 전략에 크게 기대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CEO들은 기업 경영에 부담을 주는 주요 리스크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가장 시급한 단기 리스크로는 ▲사이버 공격 ▲인플레이션 ▲지정학적 불안을 꼽았다. 반면 ▲지속가능성 규제 강화 ▲글로벌 공급망 붕괴 ▲금융·시장 불안정 등은 보다 장기적인 대응이 필요한 리스크로 평가했다.

국내 CEO들 역시 가장 큰 핵심 리스크로 사이버 공격을 지목했다. 이는 장기 전망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이외에도 인플레이션 지속과 공급망 리스크 확대가 향후 기업 경쟁력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응답도 많았다.

글로벌 CEO들의 최우선 경영 과제로는 공급망 회복력 강화와 비용 관리가 꼽혔다. 전체 CEO의 38%는 공급망 확장·다각화·운영 현지화 등을 통해 공급망을 재설계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또 41%는 제품·서비스 가격 인상보다 내부 비용 절감에 우선순위를 두겠다고 밝혔다.

국내 CEO들 역시 단기적으로는 운영 효율화와 고객 관리 최적화에 집중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기술 도입과 유통망 효율화를 통해 비용 구조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답했다.

지역별 경제 전망에 대해서는 엇갈린 의견이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 처음 포함된 미국 경제 전망 문항에서는 CEO의 41%가 미국 경제를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관세 확대에 따른 비용 압력이 미국의 성장세를 둔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반면 유럽은 완만한 회복 흐름을, 아시아는 견조한 성장이 유지될 것으로 전망됐다.

한편 인공지능(AI)은 단기뿐만 아니라 중장기 경영전략에서도 핵심 투자 분야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국내외 CEO들은 AI가 주요 업무 프로세스는 물론 기업 전략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인수합병(M&A)이나 파트너십 구축과 같은 고도의 전략적 의사결정 영역에서는 AI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것이라 평가했다.

AI 도입과 함께 '책임 있는 AI' 원칙 마련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전체 CEO의 69%는 명확한 AI 정책과 사용 가이드라인을 수립하고 있다고 답했다. 56%는 윤리적 AI 문화 정착을 위한 조치를 시행 중이라고 밝혔다.

해당 보고서 전문은 딜로이트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홍종성 한국 딜로이트 그룹 총괄대표는 "기업들은 공급망 재편과 AI 전략 고도화, 인재 역량 강화 등 실질적 변화에 기반한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며 "경영환경의 변화를 적시에 감지하고 이에 맞춘 전략적 실행에 나설 때 회복탄력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했다.

증권자본시장부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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