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소정기자
개인정보위원회가 쿠팡에 배송지 명단에 포함된 사람들까지 유출 사실을 통지할 것을 의결하면서 비(非)회원의 개인정보 유출 범위에도 관심이 쏠린다. 배송 명단은 쿠팡 회원이 상품 보낼 경우 이를 받는 이용자 정보인데, 개인정보가 대거 유출되는 과정에서 함께 털린 것으로 파악된다.
쿠팡은 개인정보가 유출된 회원 3370만명에 대해선 유의 문자를 발송하는 등 조치를 취했지만 비회원에 대해선 별도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 배송 정보 유출 범위에 따라 파장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개인정보위원회는 4일 "현재 쿠팡은 회원 기준으로만 유출 사실을 통지한 상황"이라며 "배송지 명단에 포함된 사람들에게도 식별이 되는 대로 유출 사실을 통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개보위는 전날 전체회의를 열고 "쿠팡에 배송지 명단에 포함돼 정보가 유출된 사람에게도 식별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통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추가 유출 확인 시 즉각 신고·통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취재 결과 현재 쿠팡 회원이 아닌 배송지 명단에 포함된 사람들에게는 관련 통지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통상 쿠팡에서 물품을 구입하면 이용자가 주문 결제 시 배송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돼있다. 자신의 집이나 사무실 주소를 비롯해 쿠팡 회원이 아닌 가족이나 지인 등을 배송지로 등록해 선택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한 쿠팡 이용자는 "부모님이 연세가 많으신데 정기적으로 약을 구매해야 해서 부모님 댁을 배송지로 등록하고 약이나 건강식품을 보내드린다"면서 "부모님 외에도 지방에 사는 친척들에게 종종 명절 선물 등을 배송하기도 했는데 이런 경우 다 정보가 털린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개보위가 전날 쿠팡 회원이 아니더라도 배송지 명단에 포함돼 정보가 유출된 사람에게도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통지하라고 요구했지만 관련 조치는 발빠르게 이뤄지고 있지 않다. 쿠팡은 이용자가 직접 등록한 여러 배송지가 하나의 세트로 묶여 저장되는데 이름·주소·전화번호·공동현관 비밀번호 등을 다 입력해야 하는 구조다. 반드시 쿠팡 회원이 아니더라도 회원이 배송지로 등록한 정보들이 동시에 한꺼번에 유출될 수 있다는 얘기다.
쿠팡 회원이 아닌 50대 정모씨는 "직장 다니는 딸이 종종 필요한 물품을 쿠팡을 통해 배송해준다"며 "하지만 쿠팡 정보 유출 사태 이후 쿠팡으로부터 유출 사실과 관련한 어떤 문자나 정보 등을 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쿠팡 관계자는 "아직 배송지에 포함된 사람들의 숫자를 구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했지만 상당수는 기존 회원인 것으로 안다"며 "개보위 요구사항을 살펴보고 내부 논의를 거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