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슬기기자
하루 3000보만 걸어도 알츠하이머병 초기 단계에 있는 고령층의 인지 저하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픽사베이
3일(현지시간) 미 CNN은 미국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신경과 연구팀의 연구 결과를 인용해 "걷기 걸음 수를 늘리면 조기 알츠하이머 징후가 있는 노인의 기억력 저하를 늦출 수 있다"고 보도했다.
연구에 따르면 알츠하이머병은 뇌 속에서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라는 단백질이 쌓이면서 시작된다. 아밀로이드 베타는 30대부터 뇌세포 사이에 쌓이기 시작해 신호 전달을 방해하고, 이후 타우 단백질이 엉켜 뇌세포를 손상시킨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신경학자 웬디 야우 박사는 "운동은 기억력 저하와 관련된 타우 단백질의 축적을 늦추고 인지 기능 저하를 지연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50세에서 90세 사이의 성인 296명을 14년 동안 추적 조사했다. 하루 걸음 수는 만보계로 측정했고, 평균 9년 동안 매년 인지 검사를 시행했다. 참가자 모두 연구 시작 시 PET(양전자 단층촬영)으로 뇌 속 단백질 축적 정도를 측정했다.
연구 결과 하루 3000~5000보를 걷는 사람은 인지 저하가 평균 3년 늦어졌고, 5000~7500보를 걷는 사람은 7년까지 늦춰졌다. 반대로 거의 걷지 않는 사람은 타우 단백질이 빠르게 쌓이면서 기억력 저하도 빨리 진행됐다.
다만 걷기와 아밀로이드 베타 축적 사이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연구진은 "이미 아밀로이드가 쌓인 상태라도, 꾸준히 걸으면 타우 단백질의 증가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관찰 연구로,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입증한 것은 아니라는 한계가 있다.
플로리다 신경퇴행성질환연구소의 연구 책임자이자 신경과 전문의인 리처드 아이작슨 박사는 "알츠하이머병 예방을 위해 하루 특정 걸음 수에만 의존하는 것은 너무 단순하다"며 "체지방이 과다하거나 당뇨병 전단계, 고혈압인 사람은 단순히 몇 걸음 걷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아이작슨 박사는 "규칙적인 운동이 아밀로이드 축적을 줄이고 인지 기능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더 필요하긴 하다"면서도 "운동을 하는 생쥐들은 뇌 속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약 50% 적다는 사실을 이미 밝혀졌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