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구에서 창업하길 잘했어요'…AI 농업 로봇 스타트업 '메타파머스'

메타파머스 이규화 대표 인터뷰
AI 기반 '로봇 그리퍼'로 농작업 자동화
관악S밸리에서 창업해 자리 잡아

"메타파머스는 사람 손을 대신해 농작물 잎과 꽃을 솎아주고 딸기를 수확해요. 인공지능(AI) 기술로 프로그래밍 된 로봇 손(그리퍼)이 잘 익은 딸기를 식별하고, 골라서 따 줍니다. 농작물이 열매 맺기 위해선 수분(受粉) 과정이 필요한 데 벌을 대신해 인공수분을 해 주는 로봇 그리퍼도 개발해 상용화했습니다."

스마트팜 수직농장에서 딸기를 수확하는 로봇 그리퍼와 데이터를 체크하는 이규화 메타파머스 대표. 메타파머스 제공.

AI 농업 로봇 스타트업 '메타파머스'의 이규화 대표(30)는 서울 관악구에 둥지를 튼 3년 차 청년 창업가다. 2022년 이 대표 등 4명이 서울대 기계공학부 연구실에서 창업했고, 이듬해 관악구에서 마련한 관악S밸리 창업공간인 창업히어로 사무실에 입주했다. 지금은 직원이 13명까지 늘었고, 사무실도 옮겼다.

메타파머스는 AI 농업 로봇을 통해 농작업 자동화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다. 이 대표가 말하는 핵심 기술은 메타파머스의 수확용 로봇 그리퍼(Gripper)가 작물의 상태를 인식해 잎과 꽃을 따서 솎아주고, 잘 익은 열매를 골라 수확하는 것이다. 또 다른 용도의 로봇 그리퍼는 벌 대신 꽃가루를 다른 개체에 전달하는 섬세한 작업이 가능하다.

이 대표는 "농작업을 전용으로 할 수 있는 로봇 그리퍼를 만드는 회사는 세계적으로 메타파머스가 유일하다"며 "작물의 상태를 파악하는 인식기술과 로봇 제어기술이 우리 기술력의 핵심"이라고 했다. 로봇 그리퍼를 통해 딸기 재배, 수확 기술을 확보한 메타파머스는 국책 과제도 맡아 토마토, 오이에도 같은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조만간 배, 사과 등 노지(露地) 과수 작물에까지 기술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 로봇은 작물 상태를 인식하고 잘 익은 열매만 골라 수확하거나, 꽃가루를 옮기는 수분 작업을 벌 없이 대신 수행한다. 수작업으로는 매일 새벽과 저녁에 두 번씩 이뤄지던 작업을 하루 16시간 이상 자동으로 반복할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이 대표는 "현재는 로봇 1대가 인력 2명을 대체하고, 기술 고도화가 완료되는 2028년에는 최대 6명까지 대체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메타파머스와 관악구의 인연은 박준희 관악구청장의 벤처창업도시 프로젝트 결과물인 관악S밸리가 조성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관악S밸리는 서울대가 가진 인재와 기술력, 청년이라는 자산을 바탕으로 관악구 전체를 대학, 기업, 지역이 상생하는 세계적인 창업중심지로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대학원 재학 중 창업한 이 대표는 연구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서울대 근처 사무실을 찾다가 시중의 10분의 1 가격으로 임차가 가능한 캠퍼스타운 창업히어로 창업 공간에 자리를 잡았다. 이 대표는 "구청으로부터 지난 2년간 투자자 매칭과 언론 홍보,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 CES 참가 행사 경비 지원 등 혜택을 톡톡히 받았다"며 "최근에는 향후 몇 년 동안 연구개발(R&D)과 상품화에만 몰두할 수 있을 만큼 넉넉한 투자도 유치하는 등 기반이 잡혔다"고 했다.

서울 관악구 관악S밸리 신림벤처창업센터1에서 기자와 만난 이규화 메타파머스 대표가 AI 기반 농작업 자동화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관악구 제공.

이 대표는 관악구가 서울시, 서울대와 함께 낙성대공원 7만3000㎡ 부지에 조성을 계획 중인 벤처창업 거점 공간과 기숙시설 등 인프라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미 2022년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벤처기업육성촉진지구로 지정된 관악S밸리는 서울시로부터 특정개발진흥지구 대상지로 선정돼 지구 지정을 추진하고 있고, 관련 인프라 조성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이 대표는 기후 위기와 식량 안보라는 1차 산업의 위기에 대응하겠다는 사명감도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가진 로봇 기술이 농업의 미래를 바꾸고, 사라지는 노동력을 대신하는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며 "우리의 기술이 단순한 수익을 넘어 사회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지자체팀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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