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전자파가 암 발병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존에 휴대전화를 매일 30분·10년 이상 사용하면 뇌종양과 청신경증 발생 가능성이 일반인보다 커진다고 알려졌던 것과는 상반된 결과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일본과 공동으로 휴대전화에서 발생하는 무선주파수(RF) 전자파의 장기 노출이 암 발생에 미치는 영향을 검증하기 위해 수행한 동물실험에서 전자파 노출과 뇌종양 및 심장 종양 발생 간의 유의미한 관련성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3일 밝혔다.
공동연구는 인체 안전 기준이 되는 노출 강도에서 휴대전화 전자파의 발암성 여부를 확인하고 2018년 미국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독성연구프로그램(NTP)이 전자파(6W/㎏ 수준의 900MHz CDMA 수준)에 평생 노출된 수컷 쥐의 뇌·심장·부신 종양 증가를 보고한 결과를 과학적으로 검증하기 위해 추진됐다.
당시 WHO 등 국제기구가 NTP의 연구 재현성·타당성 검증을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을 권고한 점도 이번 연구를 시작하게 된 배경이 됐다.
ETRI는 일본 연구진과 함께 '휴대전화 RF 전자파의 발암성 및 유전독성에 관한 한·일 공동연구'를 기획하고 2019년부터 세계 최초로 국가 간 데이터 통합 방식의 독성 분야 장기 동물실험을 시작했다.
연구는 NTP와 동일한 연구 시스템을 적용하고 OECD 독성시험 가이드라인에 근거한 공동 프로토콜을 수립해 한·일 양국이 동일한 실험동물·사료·장비와 동일한 전자파 노출 환경 등 통일된 조건에서 실험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실험을 위해 양국 연구진은 ▲RF 전자파 노출군 ▲허위 노출(Sham)군 ▲케이지 대조군 등 3개 그룹을 구분한 후 그룹별로 70마리의 쥐를 대상으로 임신 초기부터 출생 후 생애 전 주기인 104주 동안 4W/㎏ 강도의 900MHz CDMA 전자파를 노출했다. 이는 인체 안전기준 설정에 근거가 되는 노출 수준이다.
이 결과 전자파 노출에 따른 체온·체중·사료 섭취량 변화 양상은 한·일 양국에서 전반적으로 유사했다. 단 사료 섭취량은 RF 노출군이 허위 노출 군보다 다소 낮은 경향을 보였다. 생존율은 한국에서 그룹 간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지만, 일본에서는 RF 노출군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종양 발생 분석에서 한국은 모든 실험군의 종양 발생률이 자연 발생 범위 안에 분포했으며 심장·뇌·부신 등 주요 장기에서도 RF 노출군과 허위 노출 그룹 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확인되지 않았다. 일본 역시 종양 발생률과 발생 시점에서 그룹 간 차이는 없었고 주요 표적 장기 종양도 낮은 발생률을 보였다.
결론적으로 한·일 양국 모두에서 CDMA 휴대전화 전자파의 장기 노출과 뇌·심장 및 부신 종양 발생 간의 유의미한 관련성은 확인되지 않은 셈이다.
아주대 의과대학 안영환 신경외과 교수(연구 책임연구자)는 "이번 연구는 인체 보호 기준의 근거가 되는 노출 수준에서 NTP가 보고한 종양 증가 결과가 재현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며 "연구 결과가 휴대전화 전자파에 대한 과도한 우려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TRI 전파환경감시연구실 문정익 실장은 "이번 연구는 국제 공동 동물실험의 표준 프로토콜을 제시하고 국가 간 실험 데이터를 통합·분석하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도 의미 깊다"며 "연구팀은 향후 4G와 5G가 공존하는 복합 전파 환경에서도 발암 연관성을 과학적으로 규명하는 후속 대규모 연구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의 '복합 전파환경에서의 국민건강 보호 기반 구축' 및 '전파서비스 진화에 따른 전자파 인체 위험성의 체계적 규명' 사업 일환으로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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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결과는 독성학 분야 국제 학술지 '독성과학(Toxicological Sciences)' 온라인판에 3일 게재될 예정이다. 학술지에선 한국과 일본 연구진 논문이 동시에 소개된다.
대전=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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