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민기자
탄소 크레딧을 실시간으로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다면? 탄탄카본텍은 이 단순한 질문에서 출발했다. 유럽연합(EU)이 2026년부터 탄소 국경조정제도(CBAM)를 전면 시행하기로 하면서 탄소 배출량 관리가 글로벌 경쟁력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이 흐름 속에서 스타트업 탄탄카본텍은 국내 최초로 실시간 탄소 크레딧 거래소를 열고 소량 거래가 불가능했던 기존 시장의 벽을 깨뜨리고 있다. 중소기업은 물론 개인까지 아우르는 탄소 금융 대중화를 목표로 삼았다.
30일 권한주 탄탄카본텍 대표는 "자발적 탄소 시장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며 "규제 시장은 정부 기준에 따라 탄소 배출량을 통제하지만, 자발적 시장은 기업이나 개인이 스스로 탄소 감축 활동을 하고 보상으로 크레딧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 크레딧은 국제 인증기관의 승인을 받아 자유롭게 거래된다.
권한주 탄탄카본텍 대표가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성민 기자
탄탄카본텍은 실시간 거래소와 기업 대상 마켓플레이스 두 개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1t 단위 소량 구매가 가능해 중소기업들도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다. 마켓플레이스는 대기업 납품업체 등 B2B(기업 간 거래) 수요를 겨냥해 맞춤형 거래를 지원한다. 국내 수출 기업들이 필요한 만큼만 구매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춘 것이 특징이다. 권 대표는 "보통 탄소 크레딧은 1만t 단위로 거래되는데, 이는 웬만한 중소기업의 연간 탄소 배출량보다 훨씬 많은 수준"이라며 "국내 중소기업들이 해외에서 이 정도의 크레딧을 구매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탄탄카본텍의 가장 큰 강점은 거래 품질에 대한 신뢰성이다. 탄탄카본텍은 베라(VERRA), 골드 스탠더드 등 주요 인증기관과 직접 계좌를 연결해 탄소 크레딧을 보유·거래할 수 있다. 국내 스타트업 가운데 가장 많은 국제 인증 계좌를 확보했다. 과거 형식적 프로젝트로 감축 효과를 부풀리는 '그린워싱' 논란이 컸던 만큼, 탄탄카본텍은 품질 관리에 특히 신경을 쓰고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기존 거래 플랫폼은 높은 가입비로 접근성이 낮았던 점을 고려해 가입비를 과감히 없앴다.
탄소 크레딧 개발 사업에도 직접 뛰어들었다. 현재 해외에서 메탄 포집 프로젝트 등 고품질 탄소 감축 사업을 기획 중이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가 커, 1t을 포집할 경우 8t의 탄소 크레딧을 확보할 수 있다. 권 대표는 "직접 질 좋은 크레딧을 저렴한 가격에 제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사업성이 높은 프로젝트 위주로 선별해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전략도 마련했다. 권 대표는 "장기적으로는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들이 쉽게 탄소 크레딧을 거래하고, 활동에 따른 보상을 체감할 수 있어야 시장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고 했다. 이를 위해 실시간 거래소를 고도화하고, 탄소 감축 실천에서 보상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활성화해 거래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성장 가능성은 매출 성장세가 증명한다. 탄탄카본텍은 지난해 약 6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이미 13억원을 넘어섰다. 목표 매출은 20억원이다. 권 대표는 "탄소 감축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며 "누구나 쉽고 투명하게 탄소 크레딧을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성장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