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진 친 최윤범 vs MBK의 시뮬레이션…4일 '분수령' 최후 승자는?

최 회장 법률리스크 감수하고 자사주 공개매수로 승부수
오랜 기간 시뮬레이션해 온 MBK 최후의 카드 꺼내나

자사주 공개매수라는 '배수진'을 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치밀한 계산을 끝내고 반격을 준비 중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영풍 연합 간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4일 클라이맥스를 향해 치닫는다. 지난달 13일 MBK·영풍의 '기습공격'으로 시작된 경영권 분쟁은 이달 2일 최 회장이 83만원이라는 높은 가격의 대항 매수로 승부수를 띄우면서 반전했다. MBK 측이 우선 영풍정밀 가격 상향으로 또 한 번 반격을 노리는 가운데 고려아연 매수가도 추가 상향할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MBK 측의 공식적인 공개매수 마감일은 6일이라 4일 주가와 공개매수 청약 상황을 보고 장 마감 이후 조건이나 가격을 변경해도 늦지 않다.

치밀하게 준비한 MBK, 영풍정밀 가격 3만원으로 상향‥고려아연 매수가도 올릴까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고려아연 주가는 9시 30분 기준 75만8000원으로 MBK·영풍 연합 측이 제시한 공개매수가격(75만원)을 넘어섰다. 전 거래일 대비 6.3% 오른 수치다.

이날 종료되는 MBK 연합의 공개매수 성패는 고려아연 주가에 달려있다. 주가가 MBK 연합이 제시한 75만원보다 높으면 투자자들이 공개매수에 응할 유인이 사라져 최소 물량을 채우지 못할 수 있다. 이 경우에 대비해 MBK 연합은 고려아연 공개매수 가격 재상향 카드를 검토 중이다. 이날 시장 상황을 반영해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가격이 75만원보다 크게 높지 않을 경우에는 기관투자자들이 자사주 공개매수 보다 안정적인 MBK 연합 측의 공개매수에 응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MBK·영풍 연합은 오랜 기간 치밀하게 공개매수를 준비해 왔기 때문에 최 회장 측의 대항공개매수를 가정한 수많은 시뮬레이션을 해왔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에 따라 MBK 연합의 또 다른 승부수가 나올지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MBK·영풍은 우선 영풍정밀 가격부터 조정했다. 4일부터 영풍정밀 공개매수가를 기존 2만5000원에서 3만원으로 20% 올린다. 최윤범 회장 측이 제시한 가격인 3만원과 동일한 가격이다. MBK·영풍 연합은 영풍정밀 공개매수 공고를 이같이 정정했다. 이에 따라 오는 6일 종료 예정이던 MBK의 영풍정밀 공개매수 기간은 14일까지로 연장됐다. 지난달 13일 MBK가 영풍정밀 공개매수를 개시할 당시 제시한 공개매수가는 2만원이었으나 26일 2만5000원으로 한 차례 상향 조정했다. 이후 최 회장 측이 지난 2일부터 주당 3만원에 대항공개매수에 나서자 MBK가 다시 한번 가격을 올린 것이다.

3만원이라는 가격은 전력 낭비를 최소화하려는 MBK의 전략에서 나왔다. MBK는 장형진 영풍 고문을 비롯한 장씨 일가와 최 회장 등 최씨 일가 지분을 제외한 잔여 물량(지분 43.43%)을 전부 사들이지만 최 회장 측은 25%만 공개매수한다. 최 회장 측은 공개매수에 응모한 주식 수가 매수 예정 수량을 초과하면 목표 물량만큼만 안분비례(비율대로 똑같이 나눔)해 매수할 예정이다. 가격이 동일할 경우 더 많은 물량을 받아주는 쪽에 응하는 것이 유리하다.

'배수의 진'을 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경영권 방어를 위해 리스크도 감수

최 회장 측은 법률적·재무적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가능한 모든 카드를 꺼냈다. 고려아연 경영진은 당초 자본시장에서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할 것이라고 여겼던 자사주 공개매수 전략을 꺼내 들었다. 4일부터 오는 23일까지 최대 15.5% 규모 자사주 매입을 하고, 우호 세력인 베인캐피털은 대항 공개 매수 방식으로 최대 2.5% 지분을 각각 확보할 예정이다. 총 3조1000억원을 투입해 최대 18%까지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고려아연이 주당 83만원이라는 시장 예상보다 높은 가격을 내세운 것은 MBK 측의 반격을 최대한 막기 위함이다. 최소 수량 제한이 없이 응모 주식을 모두 사들이기로 했다. 지난 2일 대항 공개매수 발표에도 불구하고 고려아연 주가가 MBK 연합 측이 제시한 가격인 75만원 선을 밑돌면서 매도자에 좀 더 유리한 방식을 제시한 것이다.

고려아연은 공개매수로 사들인 자사주를 모두 소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MBK와 영풍은 고려아연 발표에 즉각 법적 조치를 했다. 고려아연 측의 자사주 매입 절차를 중단시켜달라는 취지의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내고 이를 결정한 고려아연 이사회 멤버들을 검찰에 배임 혐의로 고소했다. MBK는 "평소 고려아연 주가는 50만원 정도인데 이보다 더 비싸게 자사주를 사는 것은 회사의 자본을 줄여서 미래 경쟁력을 훼손하는 등 배임 혐의가 있다"며 "공개 매수 기간에 이런 발표를 해서 투자자들이 MBK의 공개 매수에 응하지 않게 만드는 시세 조종에도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2조7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이 가능하려면 주주총회가 선행돼야 하는데 그런 적법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이사회 결의만으로 대규모 자사주 취득 공개매수를 강행하는 것은 상법에 위배된다"고 언급했다. 한편 최 회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자사주 매입은 단기적으로 금융 부담이 있는 어려운 결정이지만 중장기적으로 기업 가치를 보존할 해법"이라고 말했다.

증권자본시장부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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