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윤주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은 29일 "공개매수 등 인수·합병(M&A) 과정에서 발생하는 건전한 경영권 경쟁은 시장 자율에 맡겨야 하지만, 현재 진행 중인 상장회사(고려아연) 공개매수는 관련자들 간의 경쟁 과열로 보이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29일 금감원에 따르면 이 원장은 지난 27일 오후 부원장회의에서 최근 여러 우려가 제기되는 고려아연 공개매수와 관련된 현안에 대해 이같이 당부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이 원장은 시장의 우려를 고려해 공개매수자, 대상회사, 사무취급자, 기타 관련자들이 공정 경쟁의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향후 공개매수 과정에서 제반 절차가 적법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각별히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공개매수와 관련해 근거 없는 루머나 풍문 유포 등으로 투자자의 잘못된 판단이나 오해를 유발하는 시장질서 교란행위 등 불공정거래 발생 여부에 대해 면밀히 시장 감시를 실시하라"며 "필요시 신속히 조사에 착수해 적발된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엄정 조치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또 이 원장은 "현재 단기적으로 관련 종목의 주가가 급등한 상태이나, 이후 주가 하락으로 투자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투자자들은 공시자료 등을 통해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투자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려아연은 세계 1위 비철금속 기업으로 영풍과 창업 후 동업관계를 이어왔다. 그러나 지난 13일 영풍이 국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고려아연 지분 6.98%~14.61%를 공개매수한다고 밝히며 경영권 분쟁이 시작됐다.
고려아연 역시 한국투자증권, 한화그룹 등 물밑에서 국내외 투자자를 만나 경영권 방어를 준비 중이다. 무차입 경영 기조를 지켜온 고려아연은 기업어음(CP)을 발행 계획을 공시하고, 기자회견을 개최하는 등 반격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MBK와 영풍은 고려아연의 공개매수 가격을 기존보다 13.6% 상향한 75만원으로 변경했다. 공개매수에 필요한 자금은 약 2조4396억원으로 3000억원 늘어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양측은 검찰 고소, 여론전을 펼치며 공개매수 경쟁이 과열되는 양상이다.
한편 고려아연 지분은 최윤범 회장 지분 등을 포함해 33.99%이다.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의 지분은 31.13%로 비슷한 수준이다. 영풍이 MBK와 함께 공개매수에 성공하면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