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 환자 4.5배 폭증…성(性) 매개 감염병 매독 유행의 진실[뉴스설참]

(37)신고기준 바뀌면서 생긴 '통계 함정'
신규 감염자 수 2019년보다 오히려 적어
표본감시로 바뀐 2020년엔 81% 급감하기도
美·日 등 매독 유행…"휴가철 주의해야"

편집자주'설참'. 자세한 내용은 설명을 참고해달라는 의미를 가진 신조어다. [뉴스설참]에서는 뉴스 속 팩트 체크가 필요한 부분, 설명이 필요한 부분을 콕 짚어 더 자세히 설명하고자 한다.

휴가철을 맞아 국내에 매독 공포가 번지고 있다. 매독 감염 환자 수가 폭증하고 있다는 통계가 나오면서다. 하지만 환자 수 급증은 올해 매독 환자 신고 기준이 바뀌면서 생긴 통계의 함정에 가깝다.

논란이 된 통계는 지난해보다 올해 매독 감염이 '4.5배' 늘었다는 것이다. 최근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질병관리청으로부터 확인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8월 신고된 매독 감염 환자 수는 1881명에 달한다. 지난해 전체 매독 환자 수(416명)와 비교하면 급격히 증가한 것 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매독 환자가 4.5배 급증했다고 보긴 어렵다. 매독 통계가 급변한 데에는 ①표본감시→전수감시 ②달라진 신고대상(기존 1·2기·선천성 매독만 신고→현행 1·2·3기+잠복·선천성 매독 모두 신고) 등 두 가지 변화의 영향이 컸다.

원래 매독은 전수감시 대상이었지만 2020년부터 2023년까지 4년간 표본감시 대상이었다가 올해 다시 전수감시 대상이 됐다. 매독이 장기간 전파될 수 있고, 적시에 치료하지 않으면 중증 합병증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전수감시 대상일 경우 매독을 진단·발견한 모든 의료기관이 24시간 신고해야 한다. 반면 표본감시 대상은 지정된 의료기관에서만 7일 이내에 신고하면 되기 때문에 비지정 기관에서 환자가 나오면 집계에 잡히지 않는다.

올해와 같이 매독이 전수감시 대상이었던 2019년과 비교하면 올해 신규 감염자 수는 오히려 더 적다. 올해 1~8월 매독 감염 환자 수(1881명)를 병기별로 보면 ▲1기 환자 679명 ▲2기 316명 ▲3기 39명 ▲선천성 9명 ▲잠복 838명 등이다. 2019년에는 잠복 매독과 3기 매독은 신고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1·2기, 선천성 환자의 수 합계로만 비교하면 2019년 1~8월 매독 감염 환자 수는 1222명으로 올해(1004명)보다 많다.

전수감시 대상이었던 매독이 표본감시 대상으로 바뀐 2020~2023에는 매독 환자 신고 수가 급감했다. 질병청의 연도별 감염병 감시연보에 따르면 1년간 매독 환자 신고 수는 2019년 1753명에서 2020년 330명으로 약 81% 급격하게 줄어든다. 그 외 연도도 ▲2021년 339명 ▲2022년 401명 ▲2023년 416명 등이다.

질병청도 "2024년 매독 신고 건수 증가는 표본감시체계에서 전수감시체계로 변경돼 나타난 현상으로, 전년도와 단순 비교는 어렵다"고 안내하고 있다.

다만, 세계 각국에서 매독이 유행하고 있어 감염에 유의할 필요는 있다. 지난해에만 한국인 700만명이 찾을 정도로 인기 관광지였던 일본은 매독 유행이 심각한 상황이다. 2017년 매독 감염자 수가 5000명을 넘어섰고, 2022년에는 1만3228명에 달했다. 미국 역시 2022년 매독 환자 수가 20만7255명에 달했다.

우리나라도 최근 3년간 매독으로 인한 병원 진료가 많아졌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감염 기간이 1년 이내인 조기매독(1기와 2기)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환자 수는 ▲2019년 5954명 ▲2020년 6099명 ▲2021년 6293명으로 증가 추세다.

매독 환자를 성별로 보면 남성이 약 78%로 매우 높다. 질병청의 최근 6개월간(2024년 3~8월) 매독 월별 신고 현황을 보면 전체 매독 신고자 1495명 중 77.8%인 1163명이 남성이다. 나머지 22.2%(332명)는 여성이었다. 연령별로 보면 젊은 층 비율이 가장 높다. 20대가 446건(31.2%)으로 가장 많고, ▲30대 398건(27.8%) ▲40대 218건(15.2%) 순이다.

성(性) 매개 감염병인 매독은 성관계에 의해 주로 전파된다. 피부 궤양, 발진 등이 나타나는 1·2기일 때 미리 치료하지 않으면 병이 진행될 위험이 있다. 적시에 치료하지 않으면 매독균이 눈·심장·뼈·관절 심지어는 중추신경계까지 침범할 수 있고, 심혈관계 중증 합병증으로 진행돼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임신한 여성이 매독에 걸리면 태아로 전파돼 유산·사산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살아남은 선천성 매독 영아의 경우 시각장애나 청각장애, 심각한 발달 지연 등을 겪을 수 있다.

기획취재부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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