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지기자
GS리테일이 인도네시아에서 홈쇼핑 사업을 접은 것으로 확인됐다. 인도네시아에 법인을 두고 홈쇼핑과 슈퍼마켓 사업을 전개해 왔는데, 부진한 실적이 이어지면서 수익성 개선을 위해 사업 재편에 나선 것이다.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GS리테일은 인도네시아 합작법인인 ‘MNC GSHS(GS Home Shopping)' 지분을 모두 정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합작사는 인도네시아에서 홈쇼핑 사업을 위해 2012년 인도네시아 미디어 그룹인 GMC와 만들었다. 현재 현지 홈쇼핑 방송 송출은 중단됐으며 주주 간 법인 정리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GS리테일 관계자는 “홈쇼핑 사업이 중단된 것이 맞다”며 “청산 방법을 이야기 중이며 완료된 상태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GS리테일은 합병 전 GS홈쇼핑 시절인 2012년 7월 인도네시아에 첫발을 디뎠다. 지분 40%를 34억원에 취득해 합작법인을 세웠다. 당시 회사는 인도네시아가 인구수 기준 세계 4위이고, 동남아시아에서 국내총생산(GDP)이 상위권에 있다는 점에서 투자 매력이 높다고 평가했다. GS홈쇼핑이 인도, 태국, 베트남, 중국 등에 경영 참여를 위한 법인을 세우며 해외 진출에 속도를 높여가던 시기다.
하지만 기대만큼 실적은 나오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사실상 사업이 중단되면서 실적이 집계되지 않았고, 2022년 기준 매출액은 53억원, 당기순손실 16억원, 순자산 ?27억원으로 자본잠식 상태였다. 일 년 전인 2021년에는 기준 매출액 123억원, 순손실 10억원, 순자산 ?13억원 등 빚만 쌓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국내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TV 채널 영향력이 줄어든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TV와 PC 중심으로 이뤄졌던 주문 방식이 모바일로 이동하면서 홈쇼핑 채널 경쟁력이 약화된 것이다.
추가 투자 없이 법인 청산이라는 과감한 결단에 나선 것은 수익성을 최우선으로 하려는 GS리테일의 사업 기조와 맞닿아 있다. GS리테일은 최근 부진한 사업을 정리하는 군살 빼기 작업에 나서고 있다. 과거 GS리테일은 신사업 확보를 위해 1조원을 투입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며 투자 포트폴리오를 늘려온 바 있다.
하지만 수년간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들이 늘어나면서 이익 개선이 시급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지난해에는 온라인몰 GS프레시몰 철수와 텐바이텐 매각을 결정한 바 있다. 홈쇼핑 사업의 경우 일찍이 말레이시아와 러시아, 베트남 법인 청산을 완료한 상태다. 업계에선 TV홈쇼핑 전망이 밝지 않은 만큼 나머지 해외 사업장 역시 청산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슈퍼마켓도 부진하다. 2014년 인도네시아 법인 설립 이후 2016년 10월 1호점을 낸 지 8년이 지났지만 뚜렷한 실적 개선세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GS슈퍼마켓 인도네시아 법인(PT.GS Retail Indonesia)의 지난해 매출액은 202억원, 당기순손실은 44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순손실액은 2배나 늘었다. 2020년 영업이익 기준 흑자전환을 달성했지만 다시 적자로 전환해 부진한 성적표를 해마다 받아들고 있다. 점포 수는 해마다 조금씩 늘어 9개로 확대됐지만, 매출은 제자리걸음이다.
적자가 길어지면서 재무 상태도 나빠졌다. 법인의 토지 장부가액은 현재 0원, 건물은 6500만원이다. 자산가치가 하락한 만큼 손실을 처리하는 손상차손이 반영된 결과다. 지난해에는 GS리테일에 25억원을 빌리는 금전소비대차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현지 법인의 요청으로 이뤄졌으며 운영자금을 확보를 위해서 이런 결정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에서는 슈퍼마켓이 흑자로 전환하기까지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GS슈퍼마켓보다 8년 빠르게 현지 시장에 진출한 롯데마트(점포 수 48개)도 지난해에 이르러서야 영업이익 기준 소폭 흑자로 돌아섰다. 당기순이익은 아직 적자다.
인도네시아는 수백 개 섬으로 이뤄져 물류 거점 네트워크가 완전하게 구축되지 않아 사업을 확장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인도네시아 시장에 정통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필요할 때마다 일반 슈퍼와 같은 소매점에서 구매하는 습관이 있어 대형마트에 찾아가 구매를 하는 것이 익숙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구매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아야 하는데 그런 지역들도 제한적이라 확장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GS리테일은 현지 기업인 구당가람과 전략적파트너십(SI)을 통해 2025년까지 20개 점포를 내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