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 증명하는 미달에서 이젠 충당으로'…기초수급자 대학생 편지의 울림

지자체 지원 사업 이후 감사 편지
"'더 해보라'는 응원 듣고 싶었다"

부산 동구의 디딤씨앗통장(자립통장) 맞춤형 지원을 받은 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대학생의 편지가 전해져 감동을 주고 있다.

김씨가 보낸 편지. [이미지출처=부산 동구청]

18일 최근 부산 동구청에 아픈 어머니를 홀로 모시는 대학생 김모씨(21)의 편지가 왔다고 전해졌다. 김씨는 동구가 디딤씨앗통장 만기 해지 청년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맞춤형 자립 지원 사업으로 도움을 받았다. 24세까지 유지할 수 있는 디딤씨앗통장은 기초생활수급자 청소년 등이 매월 일정 금액을 저축하면 자치단체가 10만원 한도로 매월 지원한다. 하지만 김씨는 지난해 5월 디딤씨앗통장을 해지했다. 아르바이트 월급으로는 어머니의 병원비를 마련해야 하므로, 김씨는 학자금을 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이 통장을 해지했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동구의 맞춤형 지원 사업을 알게 돼 지원을 신청했다. 구가 전국 최초로 시행하는 '자립통장 만기 해지 아동 지원사업'은 자립통장을 만기 해지하는 만 18세 이상 취약계층 청년에게 취업·자립 상담과 자격증 등 취업 비용 등을 맞춤 지원한다. 이 사업으로 김씨는 운전면허와 컴퓨터 자격증을 취득했다. 사회복지사 멘토에게 진로 상담도 받기로 했다.

김씨는 편지에서 "태어나서 가난하지 않았던 순간이 없다"며 "항상 (가난을) 증명하고, 그에 응당하는 값을 받아왔다. 이만큼 모자라고, 이만큼 힘드니까 등 어떤 기준에 미달돼야만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사업을 통해 "조금 다르게 생각하게 됐다"며 "나는 이만큼 잘하고, 이만큼 해낼 수 있는 사람이야. 그래서 나를 믿고 지원해주는 거야. 내가 살아온 삶은 미달이 아니라 충당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하게 됐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어머니는 항상 '힘들면 포기해도 된다'고 말씀했지만, 저는 '더 해보라'는 응원의 말이 듣고 싶었던 것 같다"라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동구가 초록우산 부산지역본부 등과 연계해 지난해 시범 실시한 이 지원 사업은 올해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지난해엔 이 사업을 통해 만기 해지 청년 12명에게 1500여만 원 상당의 맞춤형 자립 지원 서비스를 제공했다. 동구 관계자는 "현재 초록우산 부산본부의 예산으로 사업이 운영되고 있는데, 앞으로 신청자가 2~3배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사회에 나가는 더 많은 아이가 자립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라고 전했다.

이슈2팀 구나리 인턴기자 forsythia26@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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