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인구절벽 현실로…그들은 왜 출산을 기피할까

오랜 '한 자녀 정책'의 상흔
개인적 이상 추구…후커우制 그림자도
속도가 너무 빠르다…이민도 기대난망

[아시아경제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한 때 강력한 산아제한 정책으로 악명이 높았던 중국이 이제는 '인구 절벽'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출생아 수가 1950년 이후 72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인구수가 정점을 찍고 지난해부터 순감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지원금 지급 등 출산 독려에 나섰지만, 코로나19와 맞물리며 인구 감소는 당초 예상보다 오히려 빨라지고 있다. 중국인들은 왜 출산을 기피하기 시작했을까.

지난 17일 중국 국가통계국의 발표에 따르면 중국 인구는 지난해 말 기준 14억1175명을 기록해 전년 대비 85만명 줄었다. 사망자가 1041만명으로 출생인구 956만명을 앞지르면서, 자연인구 증가율이 마이너스(-0.6%)를 기록하게 됐다. 중국의 인구가 순감한 것은 1961년 이후 61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오랜 '한 자녀 정책'의 상흔

중국의 출산율은 이미 1970년대부터 감소세를 보였지만, 정부는 1980년대까지 한 가족이 두 명 이상의 아이를 갖지 못하도록 법적으로 제한하는 '한 자녀 정책'을 유지해왔다. 아이를 더 가질 경우 도시 근로자 몇 년 치 연봉 수준의 강력한 벌금을 부과받거나, 강제 낙태를 피해 도망간 임산부의 가족을 인질로 붙잡는 등 일선 계획생육국의 규제는 악명이 높았다.

인구구조의 빠른 변화에 2015년 정부는 한 자녀 정책을 종료하고 부부가 두 자녀까지 가질 수 있도록 허용했으며, 2021년에는 이를 다시 확대해 최대 3명까지 출산이 가능토록 조정했다. 당에서 직접 미혼 남녀의 중매를 서거나, 출산 장려금 등을 지급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중국 선전에서는 셋째 아이를 출산하면 1만위안(약 183만원)을 즉시 지급하고, 3년간 매년 3000위안을 주고 있다. 그러나 블룸버그 통신은 이 지역의 평균 주택 가격이 ㎡ 당 5만8000위안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아이 방 한 칸의 비용을 지불하기에도 부족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개인적 이상 추구…후커우制 그림자도

중국의 출산 장려 정책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젊은 층은 출산을 선뜻 택하지 않고 있다. 개인주의적 이상과 만족을 추구하려는 전 세계적 인식 변화, 중국 내 극심한 빈부격차, 치솟은 부동산 가격과 더불어 '후커우(戶口·호구)' 제도 등이 그 배경으로 꼽힌다.

한국의 주민등록과 유사한 호적을 의미하는 후커우는 출신 지역에 따라 경제 활동을 제약하는 사실상의 '신분제'로 일컬어진다. 베이징, 상하이 등 1선 도시들은 1958년 제정된 ‘후커우 등기 조례’에 따라 외지인들의 후커우를 인정하지 않아 실제 거주 지역에서의 교육이나 의료, 사회복지 서비스에서 제외시켰다. 출신지가 아니면 자녀를 해당 지역에서 입학시킬 수 없고, 집도 자신의 명의로 구매할 수 없다. 이 같은 차별적 제도로 자신이 겪은 고통을 대물림하길 원하지 않는 농민공들이 출산을 기피하고 있다는 분석도 안팎에서 나온다.

경제 성장으로 소득과 교육 수준이 개선되면 개인의 행복이나 사회적 성공을 중요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중국에서도 예외 없이 나타난 영향도 있다. 특히 산아제한정책으로 여아보다는 남아를 선호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급반전하면서 중국의 여성들이 결혼이나 출산보다는 개인의 사회활동에 대한 욕구를 더 우선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윈저우 미시간대 사회학 조교수는 미국 공영 NPR에 "중국의 출산 장려 정책은 효과가 없다"면서 "연구를 통해 확인한 것은 중국의 여성들이 정부의 여러 출산 인센티브보다는 개인주의적 이상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제 성장률이 정체되며 미래에 대해 암울하게 생각하는 젊은층의 증가도 출산율 저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외교 전문매체인 포린폴리시(FP)는 최근 중국의 인구 감소와 관련해 "상류층을 기준으로 생각하면 중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비용은 일본이나 미국보다 높다"면서 "게다가 점점 중국의 경제 성장이 둔화하면서 젊은 세대들은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했다"고 고 보도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속도가 너무 빠르다…이민도 기대난망

인구 감소는 한국을 비롯한 주요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중국은 그 속도가 매우 빠르고 '이민' 등 대안을 찾기 힘들다는 점에서 우려를 키운다. 출생아 수만 봐도 2000년 1200만명이었던 것이 2021년 1062만명으로, 지난해에는 956만명으로 뚝 떨어졌다. 소득 수준이 높은 동부 연해안 대도시의 경우 한국과 마찬가지로 합계출산율이 1명 이하로 추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의 경우 고령화사회(전체인구 대비 7% 이상이 65세 이상)에서 고령사회(비중 14% 이상)로 넘어가는 데에 115년이, 미국은 73년이 걸렸다. 영국과 독일, 일본은 46년, 40년, 24년이 소요됐는데 중국은 일본보다 빠른 22년이었다(한국은 17년으로 중국보다 빠르다).

게다가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노동인구 감소가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소득수준이 어느 정도 개선된 상황에서 나타났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중국은 지난해, 한국은 2017년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진입 시점의 1인당 소득수준은 중국이 한국의 3분의 1에 그친다. 1인당 국민총소득(GDP) 1만달러에 도달한 시점을 기준으로 보면 일본은 1983년, 한국은 1994년이었으며 각 국가의 당시 중위연령은 33세와 28세 수준이었다. 그러나 중국은 2019년이 돼서야 GDP 1만달러에 도달했고, 이 시점 중국의 중위연령은 38.4세였다. 소득 수준과 전반적인 사회복지체계가 미비한 상태에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은 중국의 중장기적인 성장에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이민'이라는 인구 규모 감소의 대안도 중국은 선택하기 어렵다. UN 통계에 따르면 2015년까지 중국에서 해외로 나간 이민자 수는 거의 1000만명에 가깝다. 연평균 증가율은 128%에 육박한다. 그러나 반대로 중국으로 이민을 오는 숫자는 연간 500명 수준에 그쳤고, 최근에는 코로나19 확산과 제로코로나 정책의 여파로 유출 규모는 더욱 커지고 유입은 급감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alphag@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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