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군찬인턴기자
[아시아경제 김군찬 인턴기자] 극심한 가뭄으로 인한 물 부족 해결을 위해 수돗물 사용 제한 등 엄격한 규제가 미국 서부에서 시행되는 가운데 일부 할리우드 스타들이 물 사용 제한 조치를 어기고 물을 펑펑 쓴 사실이 알려져 비판을 받고 있다.
남서부 일대는 현재 지독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7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최대 인공호수 미드호가 극심한 가뭄으로 호수 수위가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물속에 있던 변사체가 발견됐다. 지난 5월에 이어 벌써 네 번째 사람 사체가 발견된 것이다. 지난달에는 2차 세계대전 시절 건조된 상륙정 1척이 수면 위로 떠 오르기도 했다.
미드호는 애리조나, 네바다, 캘리포니아 등 미국 서부 7개 주에 물을 공급하며 미국 남서부 농업 지대의 젖줄 역할을 한다. 하지만 유례없는 가뭄이 이어지면서 미드호 수위는 물을 채우기 시작한 1937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22년 전 1200피트(365.76m)에 달했던 수위는 현재 1042피트(317.60m)로 낮아졌다.
미드호 수위가 낮아짐에 따라 일부 주에서는 단수 조치까지 시행되고 있다. 지난 16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네바다주와 애리조나주 등 자국 내 남서부 2개 주와 멕시코 북부에 대한 단수 조치를 발표할 예정이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미드호 수위가 위험 수준까지 낮아지자 물 부족 사태를 선언하고 이미 물 공급을 줄인 상황이다. 올해 수위가 더 낮아짐에 따라 내년 물 할당량을 더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애리조나주는 내년 연간 물 공급 할당량의 21%, 네바다주는 8%를 받지 못하게 된다.
케빈 휠러 옥스퍼드대 교수는 "가뭄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 부득이 물 공급량을 줄여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며 "상황이 더 악화하면 더 강도 높은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캘리포니아 등 미국 서부는 물 부족 해결을 위해 강력한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수돗물 사용량을 제한하고 잔디에 물 주는 횟수를 주 2회로 줄이는 등의 방식인데, 이를 위반할 시 최고 600달러(약 84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LA에서는 거리를 돌아다니며 주민들이 절수 지침을 지키고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을 하는 '워터 폴리스(water police)'까지 등장하기도 했다.
물 부족 극복을 위한 노력이 이어지는 가운데 유명 할리우드 스타들이 물 사용 제한 조치를 어긴 사실이 알려져 비판을 받고 있다. 23일(현지시각) 미국 LA타임즈는 킴과 코트니 카다시안 자매, 실베스터 스탤론, 드웨인 웨이드, 케빈 하트 등 유명 할리우드 스타들이 당국의 물 사용 제한 조치를 어긴 채 물을 낭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캘러바사스, 히든힐스 등 로스앤젤레스 북부 부유층 거주지의 주민 2천여 명은 당국의 물 사용 규제에 신경 쓰지 않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꼽은 억만장자 순위에 이름을 올린 모델 킴 카다시안은 지난 6월 한 달간 870톤의 물을 초과로 사용했다. 이는 서울 4인 가구 한 달 물 사용량의 200배에 달하는 수치다. 그의 언니 코트니 카다시안도 370톤 넘게 물을 더 쓴 것으로 나타났다.
왕년의 액션스타 실베스터 스탤론은 물 사용 허용량의 6배가 넘는 물을 쓴 것으로 확인됐다. 그의 변호인은 "내 소유 땅에 500여 그루가 넘는 나무가 있다"며 "시 당국의 물 절약 캠페인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집의 잔디가 거의 말라 죽은 상태"라고 해명했다.
이들 외에도 코미디언 케빈 하트, 미국프로농구(NBA) 선수 출신 드웨인 웨이드 등이 '물 낭비 연예인'으로 지목됐다. 시 당국은 이들과 같은 부유한 상습 위반자에 대해 강제로 절수 조치에 들어갈 수도 있다고 밝혔다.
김군찬 인턴기자 kgc6008@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