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르기성 천식 환자, 오미크론에 강하다'… 다른 폐질환과 차이, 왜?

점액 분비 자극하는 IL-13
코로나19 감염 전 과정 억제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사진=AFP 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나예은 기자] 알레르기성 천식 환자가 유난히 오미크론 감염에 강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비슷한 만성 질환인 폐쇄성 호흡기 질환(COPD)이나 폐기종 환자는 중증 코로나19 위험이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UNC) '마시코 폐 연구소(Marsico Lung Institute)'의 카밀 에레(Camille Ehre) 조교수가 주도한 연구는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논문으로 실렸다.

연구팀은 "알레르기성 천식 환자가 지닌 염증성 사이토카인(면역 단백질)인 '인터류킨-13'(IL-13)이 오미크론을 막는데 핵심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IL-13이 숙주세포의 ACE2(앤지오텐신 전환 효소) 발현 등을 제어해 코로나바이러스의 세포 감염을 억제한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기도(氣道) 상피세포의 이물질 배출 메커니즘을 조사했다. 코로나19에 걸린 기도 상피세포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했더니, ACE2 수용체에서 특이점이 드러났다. ACE2의 발현 도에 따라 감염 세포의 유형과 감염 후 바이럴 로드(viral load·바이러스양)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점액으로 뒤덮인 기도 상피의 섬모세포로부터 바이러스가 집단 탈출하는 것도 전자현미경을 통해 관찰했다. 또 바이러스 감염으로 세포 내에 심한 병리적 변화가 생긴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이 같은 변화가 쌓여 정점에 이르면, 점액에 붙잡힌 바이러스 입자로 가득한 섬모세포가 아예 기도 표면에서 떨어져 나오기도 했다"고 전했다.

에레 교수는 "이탈한 섬모세포는 일종의 바이러스 저수지로 변해 확산과 전파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면서 "아울러 폐 조직의 깊숙한 곳까지 감염 세포가 번질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침입한 바이러스를 포박하는데 쓰인 주요 점액 단백질(MUC5AC)은 현저히 결핍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바이럴 로드는 계속 늘어났다. 점액 단백질을 분비하는 세포를 압도할 정도로 바이러스 감염이 맹렬히 진행됐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알레르기성 천식 환자에게도 이 점액 단백질이 과도히 분비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천식 환자가 알레르기 항원에 노출되면 IL-13이 폐의 점액 단백질 분비를 자극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연구팀은 인간의 기도 상피세포에 IL-13을 적용해 천식 환자의 기도와 유사한 모델을 만들었다.

이후 바이러스 역가(viral titer), mRNA 수치, 섬모 세포 이탈 비율, 전체 감염 세포 수 등을 측정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모든 수치가 현저히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기도 상피세포에서 아예 점액을 제거해도 낮아진 수치엔 변화가 없었다.

연구팀은 "이는 IL-13이 신종 코로나 방어 효과를 내는 데 다른 요인이 작용한다는 걸 시사한다"면서 "대량 RNA 염기서열 분석에서 의문이 풀렸다"고 말했다.

이어 "하나같이 기도의 면역 방어에 중요한 당단백질 합성(glycoprotein synthesis), 이온 운반, 항바이러스 과정 등의 제어 유전자를 상향조절 하는 게 바로 IL-13이었다"면서 "IL-13은 또 ACE2의 발현도를 낮췄고 세포 내 바이럴 로드와 세포 간 전파를 억제하는 데도 관여했다"고 덧붙였다.

IL-13은 바이러스의 세포 침입부터 침투 후 증식, 증식 후 전파까지 전 과정에 큰 영향을 미쳤고, IL-13의 이런 작용은 결과적으로 코로나19가 심각한 폐 감염증 등을 일으키지 못하게 했다는 설명이다.

에레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가 중증 질환으로 진행하는 걸 막으려면 가능한 한 초기에 치료해야 한다는 걸 재확인했다"고 강조했다.

나예은 기자 nye8707@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슈취재부 나예은 기자 nye8707@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