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혜선기자
[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 지난해 말 서울 송파구에 분식집을 창업한 김정수씨(45)는 전화 대신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식자재를 주문한다. 장사 초기에는 주변 음식점에서 소개받은 도매상에 전화를 걸어 주문했지만, 배달 시간이 일정하지 않고 가격도 들쑥날쑥해 어려움을 겪었다. 식자재 플랫폼의 경우 다양한 상품 가격을 비교할 수 있고, 스마트폰으로 주문하면 다음날 아침에 배송돼 편리했다. 김씨는 "안정적으로 식자재를 공급받을 수 있어 메뉴 개발과 고객 서비스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외식업 전문 온라인 식자재 유통 플랫폼 오더플러스를 운영하는 엑스바엑스는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사업모델과 성장성을 검증받아 아기유니콘으로 선정됐다.
국내 식자재 유통시장의 규모는 지난해 기준 55조원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영업시간 제한 등으로 자영업체 매출이 급감하면서 식자재 시장 성장도 멈췄다. 오더플러스는 이를 기회로 삼았다. 코로나19로 인해 자영업자들의 식자재 비용 절감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비대면으로 안전하게 식자재를 구입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2019년 월 평균 1만7000건이었던 주문건수는 올해 4배 가까이 늘어 6만건을 훌쩍 넘어섰다. 누적 주문수는 150만건에 달한다. 매출 역시 올해 60% 이상 신장할 것으로 회사 측은 보고 있다.
오더플러스는 2016년 업계 최초로 식자재 유통 플랫폼을 구축했다. 삼성웰스토리, CJ프레시웨이, 현대그린푸드 같은 대기업부터 중소유통 식자재 상인 등 국내 13만9000개 상품의 최저가를 비교하고 주문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갖췄다. 오더플러스는 식당마다 식품 MD를 일 대 일 매칭해 식재료 추천부터 원가 비교 및 공급사 추천, 신 메뉴 아이디어까지 제공한다. 주문 다음 날 아침 배송되는 굿모닝 배송과 문제 발생 시 3시간 안에 즉시 교환되는 점도 특징이다.
음식 배달앱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배달의 민족 역시 2017년 ‘배민상회’를 통해 최근 식자재시장에 뛰어들었다. 배민상회는 400여개의 배달용기 및 포장용기를 판매했다. 최근에는 대용량 식자재 등으로 상품을 다양화하고 있다. 배민상회에서 판매 중인 제품은 8만개에 이른다. 배달시장의 성장에 따라 노하우를 쌓아온 배민상회는 메쉬코리아의 인프라와 부릉의 저온 냉장·냉동 탑차를 활용한 신속한 배송을 강화하고 있다.
쿠팡은 입점 업체에만 식품을 납품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쿠팡이츠딜’을 운영하고 있다. 쿠팡이츠는 최근 입점 업체를 대상으로 유통기한이 임박한 신선식품을 반값에 할인하는 ‘패밀리 마감세일’ 서비스를 시작했다. GS리테일은 유통전문몰 ‘GS비즈클럽’를 론칭한다. ‘GS비즈클럽’은 동네 슈퍼 등 개인 사업자에게 식자재를 포함한 상품을 배송해주는 서비스다. 농협은 공유주방 업체 ‘위대한상사’와 협업해 새로운 유통모델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존 식자재업체 가운데 CJ프레시웨이는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한다. CJ프레시웨이는 내년까지 전 사업 분야의 주요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이를 분석,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한다. 빅데이터 플랫폼은 CJ그룹 내 DT전담 추진단과 협력해 만든 것으로 상품 기획부터 영업, 물류 등 전 업무 영역 데이터를 활용한다. 고객 맞춤형 솔루션도 개발한다. 주문·영업지원 시스템도 도입해 온라인으로도 상품을 제안하고 판매할 수 있다.
식자재 유통업계 관계자는 "국내 외식업시장 규모는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10%가 넘는 200조원"이라며 "시장 성장성이 큰 만큼 많은 업체들이 시장 진입을 엿보고 있다"고 말했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