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환기자
[아시아경제 박지환 기자] 금융당국이 투자자 불신을 받아온 시장조성자(증권사)에 대한 공매도를 제한하고, 불법 무차입 공매도 점검 주기를 6개월에서 1개월로 줄이는 공매도 제도 개선책을 내놨다. 투자자들의 시장조성자 남용 및 특혜, 불법 공매도 감시 체계 부재 등의 문제 제기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사후약방식 반쪽자리 제도 개선에 불과하다며 추가 보완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시장조성자 공매도 제한…업틱룰 전면 적용=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20일 시장조성자 제도 개선 및 불법 공매도 적발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공매도 비중이 높은 미니코스피200선물옵션 시장조성자의 주식(현물) 시장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는 방안이 담겼다. 코스피200선물ㆍ옵션 등 다른 파생상품을 활용해 손실을 헤지(위험 회피)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시장조성자 제도는 거래 부진 종목에 대해 매수ㆍ매도 양방향 호가를 제시해 투자자가 거래를 원활히 할 수 있도록 돕는다. 거래가 많아지고, 주가가 급격히 변하는 것을 막아준다. 이 과정에서 시장조성자에게는 안게 되는 손실을 헤지할 수 있도록 공매도가 허용됐다.
금융위는 주식시장 시장조성자의 업틱룰 예외 조항도 폐지키로 했다. 업틱룰은 직전 체결가 이하로 공매도 호가 제출을 금지하는 제도다. 공매도 때문에 주가가 떨어지는 걸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예컨대 A주식이 5만원에 체결됐다면 공매도 호가는 5만50원, 5만100원 등으로 내야 한다. 금융위는 이번 조치로 시장조성자 공매도가 42%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불법 무차입 공매도 적발 강화를 위한 점검 주기를 6개월에서 1개월로 단축하는 안도 포함됐다. 지금은 증권사로부터 통보받은 대상 중 일부를 선정해 6개월 단위 점검을 하는데 이 기간을 단축해 감시망을 촘촘히 하겠다는 것이다.
◇"고양이에 생선 맡긴 꼴"...검사 주체부터 바꿔야=개인투자자들은 당국의 이번 제도 개선에서 무엇보다 시장조성자에 대한 셀프 감리를 문제 삼았다. 최근 거래소는 시장조성자들의 최근 3년 6개월간 전체 거래 내역에 대한 특별 감리를 진행했다. 감리 결과 무차입 공매도 및 업틱룰 위반 의심 사례가 수건 적발됐지만 기술적인 실수나 오류에 의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는 게 거래소 측의 설명이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격"이라는 말이 나온다. 거래소가 자신들의 주요 주주인 증권사들을 제대로 감시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시장조성자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거래소가 자신들의 주주인 증권사를 직접 감리했다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라며 "금융당국이 직접 나서 불법 공매도 상황을 점검하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매도 점검 주기도 논란 거리다. 금융당국은 거래일 이틀 뒤인 결제일 낮 12시까지 증권사에 결제 주식이 들어오지 않은 무차입 공매도 의심 거래에 대한 점검을 기존 6개월에서 앞으로는 매달 점검키로 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실시간 검증 시스템 마련이 어렵다면 최소한 장 마감 이후 당일에는 이상 유무가 체크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개인 투자자는 "현 규정대로라면 사고가 나도 적발은 한달 후, 과징금 제재는 1년 가량 걸릴 것"이라며 "당국이나 거래소가 나서 우선적으로 피해를 보상해주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고스란히 피해는 개인투자자들이 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박지환 기자 pjhyj@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