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마이너스 금리·QE 고려해야…인플레 오면 땡큐'

'대표적 비둘기' 조동철 전 한은 금통위원, 안민포럼 세미나
"재정정책 할 만큼 해…통화정책 더 과감하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한국의 기준금리는 연 0.75%이기 때문에 아직까지 룸(Room)이 있습니다. 실효하한을 걱정하시는데 전 실효하한을 한 번도 얘기한 적이 없습니다. 금리를 더 내린다고 해서 인플레이션이 온다는 우려도 있지만, 오히려 현재 상황은 인플레가 오면 더 다행이지 않습니까."

최근 한국은행 금통위원직을 퇴임한 조동철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가 한은의 추가 금리인하가 필요하며, 마이너스 금리까지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2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전후한 우리나라의 거시경제 정책'을 주제로 열린 안민정책포럼 조찬세미나에서 "위기 상황에선 재정·통화정책과 같은 거시적 정책이 효과적인데, 그 중에서도 통화정책이 더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일각에서는 미국도 마이너스 금리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고, 우리나라는 기준금리가 연 0.75%이기 때문에 아직 (인하)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금리를 제로 수준까지 내린 후에는 한국이 비전통적인 통화정책, 즉 양적완화(QE)도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 교수는 금통위원직을 맡을 때에도 한국의 저물가 상황에 맞춰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꾸준히 소수의견을 낸 대표적 비둘기(통화완화적)로 꼽힌다.

조 교수는 코로나19와 같은 상황에서는 거시정책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급변하는 상황에선 경제 전체에 무차별적인 영향을 미치는 거시경제 정책을 신축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며 "경제 상황이 안 좋다고 해서 일시적으로 중소기업 대출만기를 연장해주는 등의 미시정책을 건드리면 정부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미시정책을 건드리는 것을 마치 수능시험날 기온이 뚝 떨어졌다고 해서 감독관이 커닝페이퍼를 눈감아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유했다. 이럴 때는 오히려 학생들의 평균 성적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거시정책이라는 것이다. 거시정책 중에서도 재정정책은 이미 할 만큼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재정정책은 한 번 하면 되돌리기가 어려운 반면, 통화정책은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에 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의 기준금리는 연 0.75%까지 떨어져 있다. 이달 말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를 추가 인하하면 연 0.5%까지 떨어진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과도한 금리인하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하곤 한다. 향후 물가 급등을 부추길 수 있고, 한국은 기축통화국이 아니기 때문에 금리 매력이 떨어지면 자본유출이 일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조 교수는 이에 대해 현재는 부작용을 우려할 때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돈을 많이 풀면 인플레가 된다는 것은 맞는 말이지만, 현재는 디플레이션을 막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오히려 돈을 풀어 인플레가 오면 '땡큐'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우리나라 자본유출에 대한 우려는 과도하게 포장돼 있다"며 "비기축 통화국에다, 소규모 개방경제라 타격이 클 수 있다는 지적인데 인도와 중국을 제외하고 보면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는 전 세계 6위로, 소규모 경제가 아니다"고 전했다.

조 교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마이너스 금리 통화정책을 과감하다고 평가하고, 아베노믹스 이후 일본이 디플레를 탈피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여전히 일본도 2% 물가 목표를 달성하진 못했지만, 일본의 물가상승률은 최근 한국보다 높다"고 전했다. 또 "일본이 대표적으로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상호작용을 보여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일본처럼 디플레에 빠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디플레는 세수 측면에서 국가부채를 잡는 데에도 방해가 된다"며 중장기적인 재정건전성을 생각하면 디플레가 오지 않도록 정책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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