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곤기자
'단지 내 주차 문제'로 시작된 한 주민과의 갈등 끝에 극단적 선택을 한 아파트 경비원 A씨가 근무하던 서울 강북구의 아파트 초소 앞에 지난 11일 주민들의 추모 메시지가 붙어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주민으로부터 폭행 등 갑질을 당해 지난 10일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강북구 우이동 한 아파트 경비원 故 최희석(59)씨가 이에 앞서 지난 5일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가, 주민이 발견해 병원에 이송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 주민은 극단적 선택을 하려는 최 씨를 발견하고 그를 붙잡아 진정시킨 뒤, 인근 병원에 입원 조치까지 했다. 그러나 결국 지속하는 잦은 갑질로 인해, 결국 또다시 극단적 선택을 했다.
13일 노원구 상계백병원에 마련된 최 씨 빈소에서 만난 유족은 "지난 5일 동생이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 과정에서 마침 이를 확인한 이웃 주민이 동생을 온몸으로 끌어안고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면서 "그 주민은 동생을 안정시키고, 강북 수유리 소재 한 병원에 입원까지 하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해당 주민은 최 씨가 근무하던 경비 초소에도 추모의 글을 남기는 등 적극적으로 최 씨 사건을 사회에 알리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오후 서울 노원구 상계백병원에 마련된 故 최희석 씨 빈소.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유족은 애도의 뜻을 밝히는 아파트 주민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유족은 "정말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면서 "갑질에 시달린 동생이 조금이나마 편히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다시 한 번 입주민 여러분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정말 고맙다"고 덧붙였다.
앞서 아파트 입주민들은 갑질 피해로 극단적 선택을 한 최 씨 사건에 대해 경비 초소에 분향소를 마련하고 최 씨를 추모했다.
주민들은 분향소에 국화꽃 한 다발과 막걸리, 향초 등을 마련해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특히 주민들은 포스트잇 메모를 이용해 고인을 추모했다.
한 주민은 메모를 통해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아파트 식구들과 함께할 수 없다는 것이 믿기지 않습니다. 너무나 마음이 아픕니다"라며 고인을 애도했다.
또 다른 주민은 "택배 찾으러 갈 때도 늘 친절하셨죠. 이런 사건이 있는지 몰랐어요. 그렇게 선하시고 순수하신 분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저까지 억울하네요. 선생님 덕에 편히 생활할 수 있었습니다."라고 추모했다.
14일 오전 서울 강북구 우이동 한 아파트 경비실 앞에서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다 주민 괴롭힘에 최근 극단적 선택을 한 최희석 경비원의 유족들이 노제를 지내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故 최희석 씨 유족은 14일 오전 서울 노원구 상계백병원 장례식장에서 발인을 진행한 뒤 해당 아파트에서 노제를 치렀다.
한편 유족은 갑질 방지법인 이른바 '최희석 법'을 추진한다. 해당 법은 경비원 처우 개선 등은 물론, 각종 갑질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취지의 법이다.
유족은 "이 법은 우리 사회 사각지대에서 멸시받고 무시 받는 직종을 가진 사람들을 위한 법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사회 만연한 갑질을 완전히 끊어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최 씨는 지난달 21일 오전 11시께 아파트 단지 내 주차 문제로 50대 주민 A 씨와 시비가 붙었다. 이후 A 씨는 최 씨를 폭행한 뒤 관리사무소로 끌고 가 경비 일을 그만두라고 요구하는 등 지속해서 최 씨를 상대로 갑질을 이어갔다.
최 씨는 다음날인 22일 상해 등 혐의로 A 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그러나 최 씨는 고소인 조사를 받기 전에 극단적 선택으로 숨졌다. 숨지기 전 최 씨는 자신의 형들에게 "너무 힘들다"라며 심경을 호소하기도 했다.
반면 폭행 가해자로 지목된 A 씨는 '코뼈가 부러질 정도로 폭행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