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곤기자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대구·경북 일부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특별재난지역 선포 시 정부는 관련 피해 상황을 조사해 복구계획을 수립하고 복구비의 50%를 국비에서 지원한다. 또 주민 생계 및 주거안정 비용, 사망·부상자에 대한 구호금 지원, 전기요금·건강보험료·통신비·도시가스 요금 등의 감면 혜택도 주어진다.
문제는 코로나19 확산 사태 원인으로 지목받는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교인들까지 이 혜택을 받아야 하느냐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는 데 있다.
신천지 측은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지속해서 자신들은 "최대 피해자이며 마녀사냥을 멈춰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대구 지역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는 것과 관련해 신천지 교인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것을 반대한다고 밝힌 30대 직장인 A 씨는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사실 코로나 사태가 왜 이렇게 커졌는지, 따져보면 신천지 교인들로부터 급속도로 확산한 것 아닌가"라면서 "그들에게도 우리 세금으로 각종 혜택을 주는 것은 개인적으로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30대 직장인 B 씨 역시 "신천지 교인들은 현재 감염법 위반 등 혐의로 각종 고소·고발을 당했는데, 나라에서 이렇게 도와주는 것이 적절한지 잘 모르겠다"면서 "해당 사안은 좀 면밀하게 검토를 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신천지 교인들이 정부 협조에 잘 응했다면, 이렇게 확진자가 늘지도 않았을 것 아니냐"면서 "코로나 확산과 신천지는 분명한 연관이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실제 국내 코로나19 확진자의 81%가 집단감염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확진자 중 신천지 관련자는 62%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 부본부장은 지난 14일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국내 코로나19) 전체 확진자 중 81%가 집단발생과 연관이 있고 이제까지 파악된 세부 집단발생 사례 경로 중에 신천지 관련 사안이 62%를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대본에 따르면 14일 오전 0시 기준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8086명 중 6552명이 집단 감염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신천지 교회 관련은 5013명으로 파악됐다.
이렇다 보니 신천지에 대한 각종 고소·고발이 이뤄지고 있다.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는 코로나19 역학조사 과정에서 거짓 자료를 냈다며 이만희 총회장을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지난달 2월 고발했다.
감염피해가 큰 대구시도 신도 수를 속인 신천지를 경찰에 고발했다. 대구시는 교인 1983명을 숨긴 채 보건당국과 대구시에 허위 보고한 신천지 대구교회 책임자를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또 대구지방경찰청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자가 격리 지침을 어긴 공무원과 간호사 등 2명에 대해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수사에 착수했다.
대구 달서구청 공무원인 A 씨는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해 24일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자가 격리 통보를 받았지만, 주민센터를 방문했다.
대구의 한 병원 간호사 B 씨는 보건당국으로부터 자가 격리 조치를 받고도 그 사실을 숨긴 채 4일 동안 병원에 정상 출근했다. 대구 지역 특별재난지역 선포에 따른 혜택이 신천지 교인들에게 돌아가는 것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그러나 신천지 측은 지난 2월28일 홈페이지 생중계를 통해 자신들에 대한 마녀사냥을 즉각 멈추고, 신천지 성도 역시 코로나19 최대 피해자라고 반박하고 있다.
김시몬 신천지 대변인은 이날 오후 홈페이지에서 생중계된 입장 발표를 통해 "확인되지 않은 정보와 가짜 뉴스를 동원한 비방과 탄압을 즉각 중단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신천지를 향한 저주와 증오를 거둬 달라"면서 "종교 자유가 있는 대한민국에서 단지 기성 교단 소속 아니라는 게 죽어야 할 이유냐"고 했다. 또 "신천지는 코로나바이러스를 만들지 않았으며, 일상생활을 한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한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본부장인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15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중대본 회의에서 대구·경북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와 관련해 "정부가 대구·경북의 위기를 국가적 차원에서 조속히 극복하려는 의지"라고 했다.
정 총리는 "갑작스러운 코로나19 확산은 대구와 경북에 큰 상처를 남겼다"며 "대구·청도·경산·봉화 지역에 확진자의 83%, 사망자의 87%가 집중돼 심각한 인적 피해가 발생했고 지역 주민의 일상생활과 경제활동도 멈췄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코로나19와의 싸움이 진행 중인만큼 지역의 피해 상황에 따라 특별재난지역 추가 지정도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