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 교육이 다치면 한국은 'ㅂㄷ'

첫째 ㅂㄷ, 교육이 다치면 한국은 바닥이다.

그 누구라도 교육을 다치게 하면 한국은 곧장 바닥으로 추락하고 만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임기 막바지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전 세계에서 우리만큼 교육열이 높은 민족은 유대인과 중국인 정도다. 그중에서도 한국이 단연 으뜸이다." 이 연설을 접하면서 막연히 믿어온 한국의 교육 경쟁력을 좀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보게 됐다.

해답을 본 곳은 교육 도시로 가장 유명하다는 남캘리포니아 어바인. 전미 통틀어 범죄율이 가장 낮아 안전하고 공ㆍ사립학교와 주립 대학까지 완벽한 인프라를 갖춰 자타가 공인하는 교육 특별시다. 어바인과 이웃 도시 터스틴, 뉴포트 비치까지 걸친 교육 클러스터계의 윔블던인 이곳은 날로 강대해지고 있다. 그 핵심엔 한국인과 유대인, 중국인 커뮤니티가 포진해 있다.

유대인과 중국인은 각자 커뮤니티 센터 시설까지 갖춰 아이들 교육은 물론 문화 전파까지 수행하고 있다. 한국인들은 별도의 센터 같은 건물 없이도 이미 모두가 알아주는 교육의 신, 공부의 신으로 정평이 나 있다. 한인 시온 마켓 쇼핑몰을 중심으로 대치동 사교육 문화 자체를 심어놓았고 초, 중등 공립학교마다 족적을 새겨놓고 있다. 특히 단기에 두각을 드러내는 이주민 가족들의 열성과 성과는 초인간적이기까지 하다. 이런 한국이기에 교육은 핵심 중에 핵심 역량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공정한 기회여야 하는 기초 질서를 고꾸라뜨린다면 이 나라는 모든 걸 잃고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지고 말 터다.

둘째 ㅂㄷ, 교육이 다치면 한국은 부도다.

핵심 역량인 교육이 망가지면 주식회사 한국은 진전할 수가 없다. 반도체도, 자동차도, 스마트폰 등 IT산업도, 대부분 기업도 한계 상황으로 빨려 들어갈 수밖에 없다. 되풀이되는 교육 유린은 공장이 문을 닫고 회사가 파산하고 자산을 정리당하는 부도와 청산 절차만 남게 되는 최악의 상황을 자초할 수 있다. 불화수소만 보더라도 기술 국산화로 일본을 무력화하려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같은 대덕연구단지 인력들이 극적인 결판을 내줘야 한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가리킨 대로 만약에 KIST 같은 중요 시설에서 고교생 인턴을 빙자한 출입카드 장난질이 버젓이 행해진다면 기술 한국의 소양강 댐은 무너지고 만다.

셋째 ㅂㄷ, 교육이 다치면 한국은 분단을 결코 벗어날 수 없다.

이번 초역대급 청문회를 전후로 한국인들은 분단이 우리 사이에 너무나 깊숙이 패어 있음을 절감했을 터다. 우리의 혼도, 의식도 분단돼 있음을 뼈아프게 확인한 정치 놀음이었다. 남북 사이에는 그래도 비무장지대(DMZ)가 진공 처리돼 있지만 우리네 정치판, 현실 사회는 공동체라는 말이 낯 뜨거울 정도로 중용도, 완충도 없이 양분돼 극한 대립만을 일삼고 있다. 인류가 자유로 꽃피운 문화도 6만가지 정의와 개념으로 다양성을 보이는데 오직 한국의 정치 인간만은 네 편, 내 편 집단주의로 맞서 고착화하는 분단 고령화 상황이다. 진실과 대의에 승복도, 충성도 하지 않는다는 교육 농단 때문이다.

교육 농단은 '남을 울리고 반칙을 일삼아도 별일 없이 산다'라는 악의를 퍼뜨린다. 이미 교육 가치를 망가뜨린 이번 교육 농단은 어떻게 주워 담을 수가 없다.

조선 거상 임상옥을 연구해 소설로 쓴 작가 최인호의 가르침대로 솥을 세우려면 세 가지 다리는 그대로 잘 둬야만 하겠다. 못된 작자들이 돈과 권력, 명예 세 가지를 함부로 탐하고 교육 농단을 일삼는다면 나라 전체 솥까지 절단 내고 만다.

심상민 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한국문화경제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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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편집부 이근형 기자 ghle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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