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우기자
현재 일본 1000엔 화폐에 나와있는 노구치 히데요(野口英世) 박사의 모습. 그는 최근 생전 연구결과 조작 등의 이유로 논란에 휩싸인 인물이지만,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출신의 저명한 과학자로서 노구치 박사를 부각시키려 노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사진=일본은행 홈페이지/www.boj.or.jp)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최근 일본 아베 수상 주최로 '노구치 히데요 아프리카상'이 수여됐다는 소식이 국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1920년대 일본의 저명한 세균학자인 노구치 히데요(野口英世) 박사는 최근 그의 연구결과가 대부분 조작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렴치한 사기꾼으로 평가받으며 국제적 논란에 서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후쿠시마 부흥을 슬로건으로 내건 아베 정부 입장에서는 후쿠시마 출신 위인으로 가장 유명한 노구치를 노골적으로 띄우기 위해 노력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NHK 등 외신들에 의하면 지난 주말이었던 지난달 30일 아베신조 일본 총리가 주최한 '노구치 히데요 아프리카상' 시상식에서 에볼라 출혈열 연구자인 콩고민주공화국의 장 자크 무엠베 탐품 박사와 우간다의 프란시스 저바스 오마스와 박사가 수상자로 지목, 상금 1억엔과 상패 등이 수여됐다. 이 노구치 상은 일본에서 지난 2006년부터 매 3년마다 아프리카 의료발전에 공헌한 의사 및 연구자들에게 수여하는 상으로 황열병 연구 도중 아프리카에서 황열병에 걸려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일본의 세균학자 노구치 히데요의 이름이 붙은 상이다.
그러나 노구치 박사는 최근 생전 그의 연구 중 대부분이 조작된 것이란 논란에 휩싸이면서 국제적 비난을 받고 있는 인물로 알려져있다. 노구치는 1900년 미국 록펠러 의학연구소로 들어간 이후 1928년 사망할 때까지 매독, 황열병, 소아마비, 광견병, 트라코마 등의 병원체를 발견했다며 200여편의 논문을 발표했고, 수차례 노벨생리의학상 후보로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사후 연구들이 재검토 된 결과 대부분이 거짓된 것임이 밝혀졌고, 그가 고의로 조사결과를 날조한 것인지 단순 착오였는지를 두고 논란이 진행 중이다.
일본 내에서도 논란이 지속되자 기존 1000엔 주인공 자리에서도 밀려나게 됐다. 지난 4월 2024년부터 쓰일 새 지폐 도안에서 원래 1000엔의 주인공이던 노구치 박사는 밀려나고 기타사토 시바사부로(北里柴三郞) 박사가 새로 채택됐다. 노구치 박사는 논문 조작의혹 뿐만 아니라 주변인들에게 큰 피해를 끼친 낭비벽과 방탕한 생활 또한 일본 내외에서 논란이 됐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계속해서 그를 일본의 슈바이처라 치켜세우며 노구치 아프리카상 또한 노벨상급의 권위를 갖게한다는 목적하에 계속해서 시상하고 있다. 특히 아베정부는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후쿠시마 부흥 슬로건에 내걸기 위한 목적으로 노구치 박사의 일대기를 최대한 활용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구치 박사는 후쿠시마현 이나와시로 출신으로 후쿠시마 지역 출신 인물 중에 가장 저명한 인사로 손꼽힌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