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선종양에도 교배 실험' 수의대 가학적 실습 논란

대학 등 교육기관 법 적용 제외 대상
비윤리적 실습에 "마땅한 규제 없다"
실험동물 증가에도 윤리 낮아

동물실습 중인 모습(상), 경북대학교 수의과대 실습견 모습(하)/사진=JTBC 방송 캡쳐

[아시아경제 김윤경 기자] 최근 경북대학교 수의과대학 내에서 아픈 개를 교배 시험 등에 수차례 사용하는 등 가학적인 실습이 알려지며 논란이 불거졌다. 그러나 대학 등 '교육기관'은 실험동물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고 있다. 무리한 실습을 강행하는 것은 비윤리적이라는 비판 여론과 마땅한 규제가 없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얼마 전 경북대 수의과대 4학년 전공과목인 '수의산과학실습' 과정에서 동물 학대 의혹이 제기됐다. 동물의 임신과 분만을 다루는 산과 실습 과정에서 과도한 질 도말 검사를 한 뒤 발정기인 개를 강제로 교미시키는가 하면, 이 과정에서 태어난 강아지를 학생들이 떠맡고 직접 분양했다는 것이 해당 학과 학생 측 주장이었다.

학생 등에 따르면 이 대학 수의학과는 암컷 실습견들의 발정기를 알아보기 위해 수시로 질 도말 검사를 해왔다. 이후 암컷 개에게 발정기가 온 것으로 확인되면 수컷 개를 데려다 교배를 시켰다.

질 도말 검사는 암컷 동물의 발정상태를 확인하는 방법으로, 교배 시기를 파악하기 위한 질 내 세포 검사다. 질 속으로 삽입하는 질경이라는 도구 등을 이용해 세포를 채취한 뒤 세포 변화를 관찰한다.

해당 학과는 이같은 검사와 실습을 한 마리당 주 4회 이상씩 시행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또, 해당 학과 실험견으로 지낸 개 중 한 마리인 '건강이'는 유선종양을 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실험에 참여해야 했다. 그렇다 보니 종양이 폐로 전이되기도 했다. 이밖에도 건강이는 심장사상충, 자궁내막증식증 등을 앓고 있었고 슬개골 탈구 수술도 2차례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실험용이 아닌 개를 대상으로 실습했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실험동물법 제9조(실험동물의 사용)을 살펴보면 동물실험시설은 △다른 동물실험시설 △우수실험동물생산시설 △등록된 실험동물공급자로부터 데려온 동물만을 실험에 사용할 수 있다. 이를 어길 시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그러나 해당 내용은 권장 사항이며 교육기관의 경우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법 적용 대상에서 대학 등 교육기관은 제외돼있기 때문이다.

22일 JTBC 보도에 따르면 실습견 출처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에 대해 해당 학과의 한 교수는 "반려견 센터에서 데려온 개이며, 식육견을 구조한 것이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질 도말 실습은 기본적인 교육이므로 반드시 필요하다"며 "(검사를)한 번을 하면 학대가 아니고 여러 번을 하면 학대냐, 학생들이 (익숙지 않아) 잘 못 하기 때문에 여러 번 실습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무관함./사진=연합뉴스

매년 실험동물 수는 증가하고 있지만, 이와 관련된 제재나 인식은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2016년 총 287만9,000여 마리의 동물이 일반기업체, 의료기관, 교육기관 등에서 사용됐다. 이는 2012년과 비교해 55% 이상 증가한 수치다.

매년 수많은 동물이 실험에 이용되지만 이같은 문제가 발생한 데에는 실험동물에 대한 윤리가 낮기 때문이라는 목소리가 크다. 22일 방송한 JTBC '뉴스ON'에 출연한 최단비 변호사는 "화장품이나 의료품에 사용되는 실험동물보다 수의학 분야 실험동물에 대한 인식이 현저히 낮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4월, 그간 제기된 문제를 담아 동물보호법과 실험동물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 했으나 관계부처와 기관들의 반대로 법안은 아직 상임위에서 계류 중이다. 동물실험 수행자의 기술 및 연구 활동을 위축한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7월3일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동물실험 관련 법 점검 및 실험윤리 확보 등을 위해 열린 토론회에서 "실험동물과 관련 법률에는 동물보호를 실현하기 위한 세부규정이 전혀 없는 상태"라면서 현행 제도의 한계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날 김동현 농림축산식품부 동물복지정책팀장은 "동물실험시행기관 및 실험동물 수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지만, 고통스러운 실험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동물보호법을 근거로 불필요한 실험 금지와 동물실험 윤리위원회 설치 운영 의무 부과 등을 통해 동물실험 규제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윤경 기자 ykk0226@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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