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만권 '헌책의 향연'…창고에서 서점으로 변신한 '서울책보고'

[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국내 최초의 공공 헌책방이자 서울 유일의 독립출판물 도서관인 '서울책보고'가 27일 개관했다. 대형 창고를 13만권의 헌책 보물창고로 탈바꿈시킨 이곳은 대형서점과 온라인 중고서점의 등장으로 점차 설 곳을 잃어가는 영세 헌책방들의 홍보·구매 플랫폼으로 설계됐다.

서울시는 비어있던 잠실나루역 인근의 옛 암웨이 창고를 리모델링해 공공 헌책방인 '서울책보고'를 개관하고 운영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서울책보고는 지상 1층, 1465㎡ 규모다. 기존 도서관에선 접하기 어려운 독립출판물과 명사의 기증도서 컬렉션까지 총 13만여 권의 책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도서 검색대에서 책 이름을 검색하는 대신 ‘책벌레’를 형상화한 구불구불한 철제 서가를 따라 천천히 걸으며 어린시절 추억이 담긴 옛 동화책이나 유명 문학작품의 초판본, 국내에서 구할 수 없는 희귀본 책을 우연히 발견하도록 구성됐다.

헌책방의 살아있는 역사인 청계천 헌책방 거리의 동아서점, 동신서림 등 25개 헌책방이 참여했다. 개관과 함께 이들이 보유한 헌책 12만여 권이 이곳에서 새 주인을 기다린다. 수십 년의 헌책방 운영 노하우를 그대로 옮겨와 25개 헌책방별로 서가가 꾸며졌다.

이곳에서 위탁 판매될 헌책 종류와 가격은 모두 헌책방 운영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확정됐다. 10%대의 수수료를 제외한 나머지 판매 대금은 헌책방에 돌아간다.

명사의 기증도서 공간에선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와 심영희 한양대 석좌교수 부부가 서울도서관에 기증한 1만600여 권의 도서를 만날 수 있다. 두 교수가 직접 밑줄을 긋고, 귀퉁이에 메모한 손때 묻은 장서들이다.

한편 이날 개관식에는 박원순 시장을 비롯해 헌책방 대표들과 독립서점 대표, 책 기증자인 한상진 명예교수, 심영희 석좌교수 부부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시 관계자는 "기존 헌책방과 독자를 연결하고 12만권의 책을 위탁판매하는 홍보·판매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세한 사항은 서울책보고 홈페이지(seoulbookbo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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