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 미만 자녀 있는 맞벌이 작년 453만7000가구 달해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지난해 10월8일 오후 서울 구로구의 한 다가구 주택 1층 집에 혼자 있던 조모(7)군에게 화마(火魔)가 닥쳤다. 불은 20분 만에 꺼졌으나 온몸에 화상을 입은 조군은 결국 숨졌다. 추석 연휴의 끝자락이었던 당시 조군의 어머니는 직장에 출근했고, 아버지는 잠시 외출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맞벌이 등으로 부모가 바빠 집에 홀로 남겨진 아이들이 위험에 처하고 있다. 30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만 18세 미만 자녀가 있는 맞벌이 부부는 453만7000 가구로 집계됐다. 배우자가 있는 1222만4000 가구 중 절반(48.6%)에 가깝다.맞벌이가 일반화하면서 아이 혼자 집에 있는 시간도 늘고 있다. 여성가족부의 가족실태조사(2015)에 따르면 초등학생 3명 중 1명(37%) 이상이 방과 후 최소 1시간 이상 집에 혼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시간을 혼자 있는 아이가 16.8%, 2시간과 3시간 이상이 각각 10.3%, 5.6%였다. 4시간 이상 혼자 있는 경우도 4.3%였다. 방과 후 혼자 숙제하고, 놀고, 밥도 챙겨 먹어 사실상 ‘아동 1인 가구’가 되는 셈이다.혼자 있다 보면 각종 사고 위험에 노출된다. 지난달 7일 경기 용인시의 빌라에서 불이 나 지적장애가 있는 A(13)양이 사망했다. A양은 집에 혼자 있었다. 지난 4월에는 엄마가 집을 비운 사이 6살 남자아이가 아파트 15층에서 떨어져 숨지기도 했다.집에 혼자 있는 아이들은 정신건강에 부정적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호주국립대가 2500쌍의 맞벌이 부부와 자녀들을 대상으로 10년에 걸친 장기 추적연구를 한 결과 맞벌이 부부 사이에서 자란 아이들이 쉽게 불안감을 느끼거나 더 소심해지는 등 정신건강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또 부모의 제재 없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다 음란물 등 유해 콘텐츠에 쉽게 빠지기도 한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성교육을 하다보면 형제자매 없이 혼자 지내거나 부모가 바쁜 가정의 아이들이 음란물에 빠진 경우를 볼 때가 있다”고 전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부모들은 가장 쉬운 선택을 한다. 방과 후 여러 학원을 보내는 일명 ‘학원 뺑뺑이’다. 나이가 어릴수록 학원에 가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7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년의 사교육 참여율은 70.5%에 이른다. 초등학생 82.3%, 중학생 66.4%, 고등학생 55.0% 순이다. 부모들이 학원에 아이를 맡겨 놓는 셈이다.일부 전문가들은 아이를 홀로 방치하는 건 방임에 해당하는 아동학대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서영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홍보팀장은 “우리나라에선 방임만으로 부모를 처벌하거나 할 수 없고 화재나 추락사 등 2차 사고로 이어졌을 때 방임을 추궁하는 정도”라며 “친인척이나 직계가족이 없다면 아이를 학원 뺑뺑이 돌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미국, 캐나다 등에선 만 8∼14세 어린이를 잠시라도 혼자 집에 두면 방임 혐의로 부모를 처벌할 수 있다. 이 팀장은 “맞벌이 부부나 한부모 가정 등을 위해 돌봄을 사회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보장 체계로 전환하고 직장 등 조직문화도 가정 친화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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